[여행, 나를 찾아서]세조 때 연꽃 인공재배 시작한 연못서 ‘빙그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8일 03시 00분


시흥 관곡지 주변의 연꽃 이야기

관곡지 옆 연꽃테마파크. 시흥=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관곡지 옆 연꽃테마파크. 시흥=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중국 남경에 갔던 사신이 전당홍이라는 종자를 가져와 심으니, 읍의 별호를 연성(蓮城)이라 하였다.’

1797년 정조 임금이 안산 관내 선비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과거의 어제(御題), 즉 시험문제다. 수원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 현륭원으로 행차하다가 안산 관아에 머물 때였다. 임금이 ‘연꽃 고을’이라고 할 정도로 당시 안산은 연꽃으로 유명했다.

그 시작은 관곡지(官谷池)였다. 세조 때 학자인 강희맹(1424∼1483)이 1463년 명나라에 갔다가 남경 전당지의 연꽃 씨를 가져와 이곳에 심은 게 시초였다. 연꽃이야 삼국시대에도 많았지만 본격적인 인공재배는 기록상 이때가 처음이다. 그 관곡지가 지금은 시흥시 하중동에 속해 있다.

관곡지의 크기는 가로 23m, 세로 18.5m. 강희맹 이후 물풀이 성하여 한때 황폐해졌는데 헌종 10년(1844) 안산군수로 부임한 권용정이 정비하고, 연지기를 두는 등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지금 관곡지 바로 옆에는 연꽃테마파크(20ha)가 들어서 있다. 연꽃 절정은 지났지만 8월 하순까진 볼 수 있다.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아늑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커다란 연꽃 잎사귀들이 뒤척이며 두런거린다.

‘섭섭하게,/그러나/아조 섭섭지는 말고/좀 섭섭한 듯만 하게,//…연꽃/만나러 가는/바람 아니라/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엊그제/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한 두 철 전/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에서)

연은 잎, 뿌리, 열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다. 시흥 ‘전국 연(蓮) 음식 경진대회’가 올해로 8회째다. 갯골축제기간인 30일 오전 10시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열린다. 연을 주재료로 한 향토, 전통, 퓨전요리 등 뭐든 가능하다. 대상의 상금은 200만 원. 모집인원은 50개 팀(조리 25개 팀, 전시 25개 팀). 참가팀엔 재료비 20만 원씩을 지원한다. 문의 시흥시청 위생과 031-310-2482

시흥=손진호 전문기자 songba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