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好통/김정은]‘강수진표 나비부인’ 공연취소, 늦게나마 다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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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기자
김정은 기자
국립발레단이 내년도 첫 작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던 ‘나비부인’ 공연을 전격 취소한다고 23일 밝혔다.

나비부인은 올해 국내 무용계의 최대 화제작이었다. 4∼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국내 초연된 이 작품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주역으로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뉴스가 됐고 강 단장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 발레단에 대한 관심도 컸다.

그런데 공연을 불과 며칠 앞둔 지난달 30일 국립발레단은 내년도 첫 레퍼토리로 ‘나비부인’을 선정했다. 대개 국립 예술 단체들은 다음 해 작품을 상반기와 하반기, 또는 1년 치를 한꺼번에 발표한다. 하지만 국립발레단은 ‘나비부인’ 공연 계획만을 앞당겨 깜짝 발표했다. 이례적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강 단장이 직접 무대에 서는 ‘나비부인’의 초연에 앞서 홍보 차원의 발표라는 말도 나왔다. 세간에선 ‘강 단장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왔다.

‘발레리나 강수진’에게 ‘나비부인’은 의미가 큰 작품이다. 강 단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인스브루크 발레단 엔리케 가사 발가 예술감독이 저를 위해 만들어 주신 작품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고 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입장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그는 국립발레단 수장이고, 그가 선택한 2015년 국립발레단의 첫 작품이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홍보한 ‘나비부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구나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나비부인’은 실망스러웠다. 공연 후 혹평이 잇따랐다.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과 해외 유명 발레단의 내한공연에 익숙해진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엔 허점이 너무 많았다. 한 무용평론가는 “‘나비부인’의 완성도는 민망할 정도였다. 인스부르크 발레단의 안무는 현대발레인지 고전발레인지 정체성을 찾기 어려웠고 음악도 통일성을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무용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왜 이 작품이 ‘강수진의, 강수진만을 위한 작품인지 알겠다. (인스부르크 발레단의) 다른 무용수들이 너무 못해 강 단장만 군계일학으로 보였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강 단장이 공연을 전격 취소한 건 늦게나마 다행이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국립발레단#강수진#나비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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