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인터뷰] 제이 “1만5000ℓ 비와의 사투…그래도 웃을 수 있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7월 22일 06시 55분


자신의 네 번째 뮤지컬 ‘싱잉인더레인’에서 주인공 ‘돈 락우드’로 분한 록밴드 트랙스의 보컬리스트 제이. 제이는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빛이 되어준 뮤지컬을 통해 오래도록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사진제공|SM C&C
자신의 네 번째 뮤지컬 ‘싱잉인더레인’에서 주인공 ‘돈 락우드’로 분한 록밴드 트랙스의 보컬리스트 제이. 제이는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빛이 되어준 뮤지컬을 통해 오래도록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사진제공|SM C&C
■ 뮤지컬 ‘싱잉인더레인’ 제이

성대 물혹 제거수술로 위기 그리고 입대
방황하던 나에게 한줄기 빛이 된 뮤지컬
록밴드 보컬리스트의 험난했던 댄스도전
언젠가는 ‘헤드윅’ 주인공 꼭 해보고 싶다


비가 쏟아지는 거리 한복판에서 한 남자가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얼굴로 노래하고 춤을 추는 장면이 압권이었던 영화. 세기의 스타 진 켈리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원제 싱잉인더레인·1952)’가 60년 세월을 뛰어넘어 한국 관객과 만나고 있다. 뮤지컬 ‘싱잉인더레인’이다.

영화에서 진 켈리가 맡은 할리우드 스타 ‘돈 락우드’ 역은 제이(트랙스), 규현(슈퍼주니어), 백현(엑소)이 돌아가며 맡고 있다. 무명의 보드빌 배우에서 일약 무성영화의 스타가 된, 그리고 배우 지망생인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한 사나이다.

세 명 중 맏형인 제이(31)는 “규현, 백현과 같이 공연하다보니 나도 아이돌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며 웃었다. 그가 속한 트랙스는 슈퍼주니어, 엑소와 마찬가지로 SM엔터테인먼트에 적을 두고 있다. 다만 아이돌 그룹인 슈퍼주니어, 엑소와 달리 트랙스는 록밴드다. 제이도 연습생 시절을 거쳤다. 하지만 록밴드 보컬리스트의 연습생 시절은 아이돌그룹과 크게 다르다. 한 마디로 말해, 제이는 연습생 시절은 물론 데뷔 후에도 춤이란 걸 배워본 적이 없다.

‘싱잉인더레인’은 춤 중에서도 어렵기로 소문난 탭댄스를 춰야 하는 뮤지컬이다. 특히 주인공 돈 락우드는 탭댄스를, 폭우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춰야 한다. 그것도 생글생글 웃으며.

“빗속의 춤 장면은 ‘싱잉인더레인’의 하이라이트다. 1만5000리터의 진짜 물을 무대 위로 쏟아 붓는다. 보시는 분들은 즐거우시겠지만, 나로서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뮤지컬 ‘싱잉인더레인’의 한 장면. 사진제공|SM C&C
뮤지컬 ‘싱잉인더레인’의 한 장면. 사진제공|SM C&C

● 노래할 수 없다던 제이, 뮤지컬을 만나다

제이는 3월26일 군 소집해제 후 복귀작으로 뮤지컬을 골랐다. 트랙스의 동료 김정모(기타)가 아직 군 복무 중이라 당장 밴드활동이 힘들기도 했지만, TV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뮤지컬을 선택한 것은 그가 너무나도 뮤지컬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2004년 싱글앨범 ‘패러독스’를 내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트랙스는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을 했다. 록은 팝처럼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다. 한국보다 록 마니아층이 두터운 일본이지만 트랙스는 밑바닥부터 데굴데굴 굴러야 했다. 처음 클럽에서 공연할 때는 10여 명의 관객이 시큰둥한 눈으로 무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트랙스 멤버들은 이를 악 물었다. 고정 팬들이 슬슬 생겨나기 시작했다. 10명이 100명으로, 100명이 500명으로 늘었다.

“그러던 와중에 목에 이상이 왔다. 성대근육 안쪽에 물혹이 자라났다. 성대결절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뿌리부터 레이저로 잘라내야 하는데, 다시 노래를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 재활이 잘 됐다. 떠났던 소리가 제 자리로 돌아왔다. 트랙스의 새 앨범도 나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신이 나지 않았다.

“행복하지 않았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을까 싶었다. 사실 연예계에 절친한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이쯤에서 다 접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던 와중에 뮤지컬을 만났다. 2010년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였다. ‘왜 지금까지 이런 무대를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뮤지컬에 매료됐다. 뮤지컬 연습실은 공기부터가 달랐다. 제이는 뮤지컬을 통해 다른 세상을, 아니 제 세상을 만났다.

“회사 사장님이 공연을 보시더니 ‘너 완전히 다른 사람 같더라’고 하셨다. 표정이나 에너지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이었다. 실은 놀라울 것도 없었다. 부모님과 매니저로부터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제이는 이후 ‘락오브에이지’, ‘삼총사’에 출연하며 밴드와 TV드라마, 뮤지컬 활동을 병행하게 된다.

● 관객에 앞서 배우·스태프가 사랑하는 배우

제이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사전조사 겸 그와 공연 중이거나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에게 탐문한 결과 이구동성으로 “제이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다. ‘싱잉인더레인’의 김재성 연출가는 “근성도 열정도 전문 뮤지컬배우 못지않다”고 했고, 변희석 음악감독은 “남자주인공 중 가장 열심히 연습에 참여했다. 다들 개성있지만 제이는 멋스럽고 고급스러운 돈 락우드를 보여주었다. 배우, 스태프 사이에서 평가가 매우 높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돈 락우드의 연인 ‘캐시 샐든’을 맡은 배우 최수진은 “제이 오빠는 심장 온도가 40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와 ‘형제는 용감했다’를 함께 공연했던 이지훈과 김재만 역시 “심성이 고운 친구”라고 했다.

좋은 배우는 관객에 앞서 동료 배우, 스태프들이 먼저 알아보는 법. ‘계속해서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는 계속해서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제이는 좋은 배우다. 그는 뮤지컬을 사랑하는 배우이자 배우와 스태프, 관객이 모두 사랑하는 배우다.

제이는 열심히 내공을 쌓아 “언젠가 헤드윅을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티켓팅에 실패해 조승우 헤드윅을 못 봤다”며 웃었다. 파란 우산(싱잉인더레인) 대신 노란 가발(헤드윅)을 쓴 제이의 모습도 보고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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