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CCTV 방영 ‘혀끝의 중국’ 시즌2 단행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중국 서민들 삶에 녹아있는 食문화… 휴먼스토리에 담아 읽는 재미 쏠쏠

열여섯 살 여중생 쯔위(子鈺)는 5년 전 엄마와 함께 허난(河南) 성에서 상하이(上海)로 건너왔다. 세계적인 비올라 연주자가 되겠다는 꿈 때문이다. 모녀는 학교 근처 15m²짜리 방에서 산다. 화장실도 없다. 부엌은 4가구가 함께 쓴다. 엄마는 상하이에 온 뒤 직장을 그만뒀다. 하루 종일 쯔위 뒷바라지를 한다. 한창 클 나이인 쯔위를 위해 자주 해먹는 음식은 돼지고기로 만든 훙사오러우(紅燒肉)다. 하루에 8시간씩 서서 비올라를 켜기 때문에 열량이 많이 필요하다. 비계가 붙어 있는 돼지고기를 각이 지게 자른 뒤 센 불에 굽는다. 껍질이 얇아졌다 싶으면 1시간 정도 약한 불에 푹 삶는다. 껍질 쪽은 수축이 됐기 때문에 다소 질기고, 비계와 살코기는 연해진다.

중국중앙(CC)TV가 4월부터 방송한 ‘혀끝의 중국(舌尖上的中國)’ 시즌2 8부작이 단행본(사진)으로 출간됐다. 시즌1이 중국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을 소개했다면 시즌2는 서민들의 삶에 녹아 있는 식문화를 보여준다. 음식 다큐멘터리이지만 휴먼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책은 △발자취(脚步) △대대로 전해지는 비결(心傳) △계절별 음식(時節) △가정식(家常) △서로 다른 음식의 조합(相逢) △숨겨진 맛(秘境) △3찬(三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장마다 특정 음식들의 유래와 조리법이 나온다. 예를 들어 쯔위가 먹는 훙사오러우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동파육이며 조리법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불의 세기를 어떻게 잘 조절하느냐라는 식이다.

특히 책은 중국 소수민족들의 생활상과 음식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1장에서는 티베트 린즈(林芝)의 해발 7000m 산악지대에서 동생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벌꿀을 채취하는 바이마(白馬)라는 청년의 삶이 펼쳐진다. ‘숨겨진 맛’ 편에서는 양이나 말고기만 있을 것 같은 네이멍구(內蒙古)에서 영하 30도의 추위 속에 길이 800m의 그물로 호수 밑의 화쯔위(華子魚)라는 고기를 잡아 올리는 장관을 보여준다.

‘혀끝의 중국’ 시즌2에는 300여 종의 음식이 나온다. 제작진이 촬영을 위해 이동한 거리만 40만 km에 이르며 15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CCTV 후잔판(胡占凡) 사장은 서문에서 “‘혀끝의 중국’은 ‘중국의 꿈(中國夢)’이라는 명제에 담겨 있는 생생한 영상을 담았다”며 “중국의 음식에는 중국인 개개인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쏟아붓는 노력과 생활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 자연과 인간의 조화 등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꿈’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치 슬로건이다. ‘혀끝의 중국’이 단순히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중국의 문화를 주변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기획상품의 성격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혀끝의 중국#음식#식문화#중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