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24시간 노동’ 냉장고가 파업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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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의 여름방학/무라카미 시이코 글/하세가와 요시후미 그림/김숙 옮김/79쪽·1만 원·북뱅크

북뱅크 제공
북뱅크 제공

여기 냉장고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당연한 듯이 여깁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모두 잠든 밤에도 항상 일하는 가전제품은 냉장고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냉장고가 화났습니다. 냉장고 파업입니다. 맥주도 아이스크림도 제맛을 잃었습니다. 이제야 식구들이 나서네요. 쓰다듬기도 하고 문질러 보기도 합니다. 이런! 냉장고가 간지럼을 탑니다. 그러면서 얼굴이 생기고, 팔, 다리, 꼬리도 생겼습니다.

이제 냉장고가 요구를 합니다. 자신도 여름방학 맞고 싶다고, 방학에 수영장 가고 싶다는군요. 가족들은 그 요구를 들어줍니다. 수영복도 챙겨 가야죠. 냉장고는 여자입니다(가전제품의 여왕이어서요). 비키니 수영복 입고 수영장에 풍덩, 소원을 이루었네요. 편안하고 시원한 냉장고의 표정을 위의 그림 속에서 보셨나요?

여기 다시 냉장고가 돌아왔습니다. 가족들은 냉장고에게 사는 즐거움을 찾아주려 합니다. 이제 냉장고는 가전제품이 아니라 식구가 되었습니다.

냉장고를 의인화한 발상이 재미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음 직한 생각이지만, 그것을 서사로 발전시키고, 그 서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이 대단합니다. 의인화된 냉장고는 아이들에게는 귀엽고 재미있는 주인공입니다. 수영장 가자고 떼쓰고, 옆집 할머니에게 어리광피우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런 주인공을 만드는 데, 그림 작가의 몫이 커 보입니다. 냉장고 문짝에 그려진 얼굴은 푸근하고 넉넉합니다. 그림의 서사와 글의 서사가 잘 맞아떨어져서, 독자들의 시선을 정확히 잡아놓고 있습니다.

함께 읽는 어른들에게는 서사에 실린 메시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물건들을 또 다른 시선으로 볼 기회를 줍니다. 우리 냉장고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선풍기는? 텔레비전은? 전화기는? 그들이 말을 한다면 내게 어떤 말을 할까요?

여기 냉장고가 있습니다. 커다랗고 무뚝뚝한 네모 모양이지만, 알고 보면 귀엽고 애교 많은 냉장고입니다. 여러분 집에 있는 냉장고는 어떤 성격입니까?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냉장고의 여름방학#냉장고 파업#가전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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