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원칙에 어긋나면 단호 거절… 남과 비교 말고 참된 삶 살아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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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일 서울대 교수-제자 신영욱씨 30년 만에 만나 ‘인생수업’

지난해 6월 경기 여주시 나무농장에서 곽수일 서울대 명예교수(오른쪽)와 제자 신영욱 파라다이스 전무이사가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곽 교수는 “나무를 키우면 할 일이 많아 더 부지런해지고 나무가 크는 것을 봐야 하니 더 악착같이 살게 된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셜 제공
지난해 6월 경기 여주시 나무농장에서 곽수일 서울대 명예교수(오른쪽)와 제자 신영욱 파라다이스 전무이사가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곽 교수는 “나무를 키우면 할 일이 많아 더 부지런해지고 나무가 크는 것을 봐야 하니 더 악착같이 살게 된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셜 제공
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인 제자는 학점 짜기로 소문난 스승의 ‘생산관리’ 수업에서 A학점을 받았다. 졸업 이후 주변에서 “그만하면 성공했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하지만 세속적 성공과는 별개로 늘 인생의 의미가 궁금했다. 제자는 30년 만에 스승을 찾아가 재수강을 신청했다. 강의 이름은 태어나 죽기까지 인생을 다루는 ‘생사(生死)관리’였다.

한국 경영학계 권위자인 곽수일 서울대 명예교수(73)와 그의 제자인 신영욱 파라다이스 전무이사(51)가, 제자가 인생의 의미를 묻고 스승이 답하는 책 ‘어느 특별한 재수강’(인플루엔셜·사진)을 1일 펴냈다. 이 책에는 두 사람이 2010년 봄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나 일, 성공, 사랑, 죽음, 자녀 교육 등 12개 주제에 대해 나눈 대화가 기록돼 있다.

제자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화두로 품고 살았다. 친구들에게 “절에 들어가려고 그러냐”란 소리까지 들을 정도였지만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1984년 수업을 들었던 스승이 떠올랐다. 제자는 “교수님이 세 차례의 암 수술, 갑작스러운 위출혈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는 이야기를 동창들에게 들었다. 그분이라면 인생에 대한 답을 알고 계실 것 같았다”고 말했다.

스승은 “자서전을 쓸까 했는데 그러면 순전히 내 이야기지 남에게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다. 제자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이를 책으로 낸다면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제자의 기억 속에 스승은 엄격하고 깐깐했다. 스승은 1967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돼 40년 6개월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각과 결석을 용납하지 않는 호랑이 교수로 이름 날렸다. 하지만 2010년 봄에 다시 만난 스승은 온화하고 친절했다. 스승은 “내가 원래 굉장히 재미있고 달콤한 사람인데, 학생 교육에 엄격했을 뿐”이라며 웃었다.

스승은 제자를 경기 여주시 자신의 나무농장으로 데려갔다. 스승은 2006년 은퇴한 후 나무를 가꾸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둘은 농로를 걷고 농장 일을 하며 스승의 집에서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다. 곽 교수는 세 차례 암 수술을 받은 경험을 이야기하며 갑작스러운 암 선고를 받았을 때의 대처법부터 어떤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릴지, 성공 목표를 어떻게 정할지 같은 인생의 지혜를 전수했다.

제자는 “말 한마디라도 놓칠까 녹취를 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땐 농장에 있던 종묘 봉투에도 메모했다”고 말했다. 책에는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참삶’을 살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자기 자신의 기준을 확고하게 세운 뒤 주도적으로 하는 선택인지, 삶의 기준에 부합되는 선택인지, 삶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지 스스로 물어서 하나라도 아니라는 답이 나오면 그 선택은 하지 않았다. 미스코리아 대회 심사위원, TV 명사 초청 요리 프로그램 출연, 대형 컴퓨터회사 광고 모델을 거절한 이유도 기준에 맞지 않아서였다. 연구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삶의 원칙에 어긋나는 입각이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자리도 거절했다.”(스승)

“스승의 말씀을 기록하고, 또 자문하면서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여러 가지 인생의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지키며 살려고 합니다. 각자 인생에 대한 생각이 다르겠지만 책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좋은 스승이 있다면 찾아가 답을 구해도 좋을 겁니다.”(제자)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곽수일#신영욱#어느 특별한 재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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