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쪽짜리 책 가격이 단돈 2666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일 03시 00분


칠레 작가 볼라뇨 오마주 담은 책 ‘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
작품 ‘2666’서 값 책정… 3000부 찍어

2666원. 최근 출간된 320쪽짜리 단행본에 매겨진 가격이다. 중남미 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금세 떠오르는 이름이 있을 듯싶다.

기묘한 값이 매겨진 이 책의 제목은 ‘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 칠레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1953∼2003·사진)를 주제로 비평과 에세이, 오마주 작품 24편을 실었다. 책 가격은 볼라뇨의 대표작 ‘2666’에서 따왔다.

볼라뇨 특집판으로 꾸며진 프랑스 잡지 ‘시클로코스미아’ 3호의 내용과 국내 필진의 글을 함께 실었다. 작가 장정일은 볼라뇨의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읽고 독후감을 썼고, 번역가 이경민은 볼라뇨의 방황과 탈주의 문학에 대해 짚었다. 열린책들 기획팀 윤세미 씨는 “독자들이 볼라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원가를 고려하지 않고 보급형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3000부를 찍었다.

열린책들은 2010년 볼라뇨를 국내에 소개하기에 앞서 666원짜리 비평집 ‘볼라뇨, 로베르토 볼랴뇨’를 펴내기도 했다. 1만 부를 발행한 이 책은 다 팔려 나가 절판됐다. 출판사는 이 책을 추가로 제작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2666원 책이 나온 계기는 볼라뇨의 모든 작품을 한국어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한국어판 작품 12종 17권을 묶은 ‘로베르토 볼라뇨 컬렉션’이 최근 출간됐다.

다섯 권으로 구성된 ‘2666’은 볼라뇨 필생의 역작으로 꼽힌다.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 악(惡)을 탐구해 온 작가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는 현실을 통해 지옥을 그려냈다. 죽음을 예감한 볼라뇨는 쇠약한 몸으로 간 이식 수술을 미뤄가며 5년간 이 작품을 썼다. 1752쪽 분량의 이 소설은 작가의 사후에 발표됐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로베르토 볼라뇨#2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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