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죠? 고양이들의 은밀한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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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뮤지컬 ‘캣츠’ 6년만에 내한공연… 연출가 조앤 로빈슨이 전하는 무대 뒤 세상

‘캣츠’ 무대에 등장하는 집채만 한 깡통과 타이어는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크기로 제작했다. 고양이처럼 유연한 배우들은 춤출 때 발자국 소리 하나 내지 않는다. 설앤컴퍼니 제공
‘캣츠’ 무대에 등장하는 집채만 한 깡통과 타이어는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크기로 제작했다. 고양이처럼 유연한 배우들은 춤출 때 발자국 소리 하나 내지 않는다. 설앤컴퍼니 제공
“크게 실패하거나 크게 성공하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 예상했어요. 3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이토록 사랑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답니다.” 1981년 뮤지컬 ‘캣츠’ 초연부터 지금까지 연출과 안무를 맡고 있는 ‘캣츠의 어머니’ 조앤 로빈슨(64)은 ‘캣츠’의 성공에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무용을 전공한 로빈슨은 ‘캣츠’ 초연 때 연출가 트레버 넌, 안무가 질리언 린과 함께 협력 연출가 겸 안무가로 작업했다. 30개국 300여 개 도시를 돌며 7300만 명이 넘는 관객과 만난 장수 고양이 ‘캣츠’는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숨겨진 이야기도 많다. 6년 만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캣츠의 어머니가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6월 13일∼8월 24일,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5만∼14만 원, 1577-3363

꼬리는 고양이 몸짓에 익숙해졌을때 달아

설앤컴퍼니 제공
설앤컴퍼니 제공
길고 탐스러운 고양이 꼬리를 가지려면 고양이의 몸짓에 익숙해져야 해요. 매일 본격적인 연습을 하기 전 2시간가량 ‘고양이 흉내 내기’ 시간을 가져요. 고양이가 자고, 걷고, 몸을 쭉 펴는 모습 등을 배우들이 흉내 내죠. 고양이 몸짓과 비슷해졌다고 판단되면 제가 배우에게 꼬리를 준답니다. 배우는 자신의 캐릭터에 맞게 꼬리를 꾸며요. 극장고양이 거스는 꼬리에 셰익스피어 작품의 문구를 써 넣기도 했답니다. 참, 이 꼬리는 리허설용 의상의 꼬리예요.

분장은 배우 스스로… 변신 의식 거행하듯 단장

더뮤지컬 제공
더뮤지컬 제공
배우가 30명가량 돼 초연 때 메이크업 전문가가 일일이 분장을 해 줄 수 없었거든요. 1980년대 공연 초기엔 분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배우가 양쪽으로 머리만 질끈 묶고 무대에 서기도 했어요. 배우들은 전문가에게 분장하는 법을 배워서 자기 얼굴에 맞는 고양이의 모습을 찾는 거지요. 현실적인 이유로 배우가 스스로 분장하게 됐지만 지금은 배우들이 고양이로 변하는 일종의 의식으로 여기고 있답니다.

캐릭터별로 안무 위해 ‘세 가지 형용사’ 귀띔

설앤컴퍼니 제공
설앤컴퍼니 제공
저는 배우들에게 안무를 일일이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요. 배우에게 캐릭터를 설명해줄 뿐이죠. 이때 배우에게 해당 캐릭터와 배우가 지닌 특징을 고려해 세 가지 형용사를 살짝 귀띔해줘요. 이 형용사가 뭔지 다른 사람에게 절대 얘기해서는 안 돼요. 동료 배우도 알 수 없답니다. 캐릭터별 세 개의 형용사가 무엇인지는 관객들의 상상에 맡길게요!

인터미션 중 관객과 장난칠 때도 문화차이 존중

동아일보DB
동아일보DB
‘캣츠’는 인터미션 때 배우들이 관객에게 장난치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자유롭게 장난을 치되 고양이의 행동에서 벗어나지는 않아요. ‘야옹’ 하고 울기는 해도 말을 하진 않죠. 단, 문화적 차이는 존중한답니다. 영국이나 미국에선 관객의 머리를 긁을 때도 있지만 태국에서는 절대 관객의 머리를 만지지 않아요. 태국은 다른 사람의 머리를 만지는 걸 금기시하니까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캣츠#조앤 로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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