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의 아픔 품은 내성적 전자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포스트 라디오헤드’ 英 록밴드 콜드플레이가 3년만에 낸 6집 앨범 미리 들어보니…

신작 발매를 앞둔 영국의 4인조 록 밴드 콜드플레이. 마돈나, U2와
함께 음악 팬들이 첫 내한공연 성사를 가장 꿈꾸는 아티스트 중 하
나다. 왼쪽부터 조니 버클런드(기타), 가이 베리먼(베이스기타), 크리스 마틴(보컬, 기타, 건반), 윌 챔피언(드럼).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신작 발매를 앞둔 영국의 4인조 록 밴드 콜드플레이. 마돈나, U2와 함께 음악 팬들이 첫 내한공연 성사를 가장 꿈꾸는 아티스트 중 하 나다. 왼쪽부터 조니 버클런드(기타), 가이 베리먼(베이스기타), 크리스 마틴(보컬, 기타, 건반), 윌 챔피언(드럼).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19일 발매되는 콜드플레이 6집 ‘고스트 스토리스’ 표지.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19일 발매되는 콜드플레이 6집 ‘고스트 스토리스’ 표지.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 ‘의도적인 연합 해제(Conscious Uncoupling)!’ “우리, 이혼했어!”를 이렇게 알쏭달쏭하며 지적이게 표현한 부부가 있다. 화학 수업 청강하는 사회학도들이 아니고, 미국 여배우 귀네스 팰트로(42)와 영국 음악인 크리스 마틴(37) 커플. 올 3월 이들이 11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하며 이혼선언문을 대신해 블로그에 올린 이 낯선 말, ‘의도적인 연합 해제’의 어원을 진지하게 캐거나 조롱하는 칼럼이 대서양 양쪽 TV와 신문에 쏟아졌다. 》

마틴이 이끄는 밴드 콜드플레이는 대중성과 예술성, 독창성을 동시에 지닌 21세기 최고의 록 밴드 중 하나다. 2000년 데뷔 앨범 ‘패러슈츠(Parachutes)’부터 평단의 극찬을 받은 이들은 2008년 4집 ‘비바 라 비다 오어 데스 앤드 올 히스 프렌즈’에 실린 ‘비바 라 비다’를 미국과 영국의 싱글차트 정상에 모두 올리며 상업적 정점도 찍었다. ‘비바…’는 세계적으로 1000만 장 넘게 팔렸다.

단순하지만 몽롱하고 중독적인 피아노와 기타 악절들, 마틴의 먹먹하고 성스러운 목소리는 스타디움 콘서트를 뒤흔들 힘찬 송가에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할 환경음악에도 묘하게 어울린다. ‘픽스 유’ ‘인 마이 플레이스’ 같은 감동적인 발라드, ‘비바 라 비다’ ‘에브리 티어드롭 이즈 어 워터폴’ 같은 약동하는 행진곡이 모두 이들의 작품이다. 라디오헤드와 핑크 플로이드가 꾸는 가장 상업적인 꿈 같달까. 콜드플레이는 작년 한 해에만 6400만 달러(약 656억 원)를 벌어들여 포브스가 발표한 2013년 최고 수입 음악인 5위에 올랐다.

19일 발매되는 3년 만의 콜드플레이 신작인 6집 ‘고스트 스토리스’는 마틴이 ‘의도적인 연합 해제’의 아픔을 겪으며 동료들과 함께 만든 음반이다. 결별의 상흔을 품은 듯한 내성적인 전자음들이 두드러진다. 파란 젤리로 가득 찬 수조 속을 헤엄치듯 상쾌하게 답답한 소리의 풍경. 스웨덴의 세계적인 DJ인 아비치가 함께 만든 ‘어 스카이 풀 오브 스타스’만이 댄스클럽에서 들릴 만큼 낙천적인 리듬을 출렁인다.

9곡, 42분 38초 분량의 신작을 미리 들어본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채롭게 엇갈렸다. 21세기 가장 뜨거운 록 밴드임을 방증하듯, 콜드플레이의 역대 최고작도 전문가마다 다른 것을 꼽았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노이즈까지도 아름답고 영롱하게 승화시키는 특유의 사운드 방법론은 여전하지만 후크(대중을 끄는 매력적인 멜로디)가 부족하다. 예전 영광을 회복하기엔 무리”라고 했다. 배순탁 평론가는 “멜로디보다 사운드에 더 많은 고민을 기울인 작품”이라면서 “단번에 사로잡기보다는 오래 들을수록 매력을 발견하게 하는 음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진섭 팝 칼럼니스트는 변화를 크게 반겼다. 그는 “복잡한 내러티브와 화성을 내재하지만 표현은 단순하게, 핵심만 짚어내는 것이 이들의 핵심”이라면서 “사운드의 공간감과 콜드플레이의 전매특허인 아름다운 멜로디는 명불허전”이라고 평가했다. 김성환 평론가는 “기존의 콜드플레이 사운드와는 확연한 결별을 했지만 이들의 서정적 감성과 탐미적 태도에 주목해온 이들에게는 오히려 더 환영받을 음반”이라고 평가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