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규 “어려운 주제도 만화보듯 재미있게… 그래픽 노블, 바쁜 현대인들에 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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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번역팀 ‘해바라기 프로젝트’ 이하규 팀장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해바라기 프로젝트’의 이하규 팀장이 팀원들과 집단지성으로 번역한 그래픽 노블을 소개했다. 이 팀장은 매일 오전 2시 프랑스에 있는 팀원들과 인터넷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번역 작업을 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해바라기 프로젝트’의 이하규 팀장이 팀원들과 집단지성으로 번역한 그래픽 노블을 소개했다. 이 팀장은 매일 오전 2시 프랑스에 있는 팀원들과 인터넷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번역 작업을 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번역돼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작가주의 만화로 문학과 예술, 인문학적인 소재를 주로 다뤄 수업 교재로 활용하는 대학도 있다.

이 중 유럽산 그래픽 노블 마니아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해바라기 프로젝트’다. 좋은 그래픽 노블을 발굴해 이를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집단이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마르크 블로크대에서 서양사를 배운 이하규 씨(35)와 경영학을 공부한 안준호 씨(28)가 중심이 돼 책의 주제에 따라 다양한 전공자들이 합류해 ‘집단지성’으로 책을 번역해낸다.

이들에게 프랑스에서 만난 그래픽 노블은 신세계였다.

“대형 서점 그래픽 노블 코너는 어른들로 바글거렸죠. 대학생은 역사 정치 문화 예술적 소양을 기르려고 그래픽 노블을 열심히 읽고요. 어려운 주제도 만화적 상상력으로 쉽고 재밌게 풀어내니 이거다 싶었습니다.”(이하규 씨)

둘은 “바쁜 한국인들에게 두꺼운 인문학 책을 권하기는 미안해도 그래픽 노블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 2011년 귀국길에 그래픽 노블을 들고 왔다.

노란색이 좋아서, 한 곳만 바라보자며 번역팀 이름을 ‘해바라기 프로젝트’라고 지은 두 사람은 첫 번역본 2권을 완성했다. 인간 세상에 나타난 신을 재판정에 세워 오늘날 신의 의미를 묻는 마르크앙투안 마티외의 ‘신신’과 프랑스 68혁명 르포르타주 만화 아르노 뷔로의 ‘68년 5월 혁명’이었다. 둘 다 휴머니스트에서 나왔다. 지난달 나온 ‘아랍의 봄’(이숲)까지 이들이 번역 출간한 그래픽 노블은 10권이다. 이 중 지난해 나온 안토니오 알타리바의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길찾기)은 약 1만3000부가 팔렸다.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아나키즘을 다룬 작품이다.

그래픽 노블은 세계대전, 유대인 학살, 파시즘과 같은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다 보니 집단지성이 절실하다. 해바라기 프로젝트에는 프랑스 유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이들을 중심으로 10명이 가입해 있으며 책마다 3, 4명이 팀을 이뤄 작업한다. ‘아랍의 봄’과 ‘굿모닝 예루살렘’(길찾기)은 국제정치에 밝은 서수민 파리 10대학 학사과정생(사회학)이,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에는 맹슬기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석사과정생(공간사회학)이 참여했다. 이 밖에 미술 영화 패션 와인 전공자가 해바라기 팀에 합류해 관련 그래픽 노블 번역 작업을 함께 한다.

다양한 전공자들이 참여하다 보니 번역본의 질도 높일 수 있다. ‘굿모닝 예루살렘’ 번역 때는 원작자도 몰랐던 인명 표기 오류를 바로잡았고, ‘아랍의 봄’ 한국판에는 원작이 반영하지 못한 최신 아랍 정세를 추가했다. 팀원끼리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원작자에게 e메일로 물어 해결한다. 이 씨는 “유럽의 유명 작가들은 작품을 꼼꼼히 읽은 독자가 깊이 있는 질문을 보내면 답장을 잘 해준다”고 말했다.

해바라기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을 세계에, 세계를 대한민국에 소개한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래픽 노블 한 권당 5년간 3000부 판매를 목표로 합니다. 그만큼 출판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독자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입니다.”(안준호 씨)

“프랑스 친구들도 한국의 그래픽 노블을 궁금해해요. 한국 작품을 프랑스에 알리는 일을 꼭 할 겁니다.”(맹슬기 씨)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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