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옷을 통해 살펴보는 직업의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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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슈퍼맨/허은실 글·이고은 그림/55쪽·1만1000원·창비

창비 제공
창비 제공
아이들이 자라면서 한때, 장래 희망이 소방관, 경찰, 간호사일 때가 있습니다. 그들이 하는 일을 잘 알아서라기보다 그들이 입는 옷이 가진 ‘멋짐’에 대한 아이들 식의 호감 표시일 것입니다. 이 책은 아이들의 그런 특성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그 시작이 슈퍼맨입니다. 빨갛고 파란 바로 그 옷을 입어야만 힘을 쓸 수 있는 지구 영웅 말입니다. 이어서 우리 사회의 영웅들도 소개합니다. 사회에서 맡은 바 일을 척척 잘해내는 그런 사회 영웅, 그들도 맡은 바에 따라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일을 하는군요.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입는 옷의 특징에 따라 직업군을 나누어 놓는 방식이 재미있습니다. 이 분류 방식에 따르면 잠수부와 원자력발전소 직원이 같이 분류되고 해녀와 발레리나가 같은 직업군으로 나뉩니다. 연봉이 얼마, 근무 시간이 얼마 하는 어른의 속된 시선에서 벗어나 특별한 신발을 신는 직업, 검은 옷을 입는 직업, 별난 모자를 쓰는 직업을 여럿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분류가 눈에 낯설지 않은 것은 아기자기하지만 힘 있게 시선을 잡아끄는 그림의 몫이 커 보입니다. 사람들이 일하는 현장을 그린 그림은, 쪽마다 아주 성실한 취재를 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들려주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합니다. 31쪽, 야구 경기장입니다. 타자와 투수 간의 긴장감이 팽팽한 가운데 슬쩍 보이는 광고판 글씨. ‘남산 대학교’, ‘CHANGBI CARD’, 작가의 유머가 대단합니다. 43쪽, 패션 디자이너 김미수 씨 방 벽에 붙어 있는 두 장의 그림,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서 모델들이 입고 있는 옷들. 서로 연결된 패션 아이템입니다. 작가의 센스도 멋집니다.

책 표지에 ‘사회 그림책’이라 못 박은 것이 이 책이 가진 그림책으로서의 장점을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면을 펼쳐놓고 오래도록 보고 있으면 그림이 소곤소곤 말을 걸어옵니다. 아이들과 함께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우리 동네 슈퍼맨#직업#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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