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요즘 로테로 사는 듯… 연습 마치면 가슴이 아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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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년만에 뮤지컬 ‘베르테르’ 여주인공 된 이지혜

이지혜는 “철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팜 파탈이 로테”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지혜는 “철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팜 파탈이 로테”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스물세 살에 ‘사랑 때문에 목숨 버리는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을까.

데뷔 1년 만에 뮤지컬 ‘베르테르’의 뮤즈 로테 역을 꿰찬 이지혜를 만나기 전 그런 의심을 했다. 예쁜 외모와 목소리만으로는 삶을 송두리째 던질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지혜는 망설임 없이 인정했다.

“모든 걸 다 놓아버릴 만큼 격정적인 사랑을 해본 적은 없어요. 수업 마치면 아버지 따라 성악 레슨 받으러 가는 게 고등학교 때까지의 일상이었으니까요. 연애는 대학(중앙대 성악과) 가고 나서야…. 요즘 무대 위에서 ‘사랑이 이런 건가’ 알아가는 것 같아요.”

―원작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읽어봤는지.

“5월에 오디션 받으면서요. 베르테르가 꼭 자살해야 했는지, 이해 안 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계속 흥미가 돋아나는 내용도 아니어서 스마트폰 ‘고전 읽기’ 팟캐스트로 찾아 들었어요. 50분씩 5부로 나눠서 해설이랑 들려주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실제 어떤 남자가 나를 사랑하는데 이뤄질 수 없어서 삶을 포기한다면 어떨까.

“이야기를 읽고 들을 때랑, 그 안에 들어가서 사람들 눈빛과 말을 받아 겪는 건 달라요. 꽃을 들고 로테 집에 찾아왔다가 약혼자를 소개받는 베르테르(엄기준)의 눈빛을 보는데,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연습 마치고 집에 갈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려서 힘들어요.”

―로테는 남편을 사랑한다면서도 매력적인 새 남자의 구애를 거절하지 못한다. ‘어장관리’ 아닌가.

“처음에는 그렇게 봤어요. 하지만 일차원적 생각이에요. 나를 정말 잘 보살펴주는 남편이 있는데, 마음 통하는 베르테르가 찾아온 거죠. 철모르는 까닭에 그냥 반가운 친구라고 생각한 거예요. 뒤늦게 ‘아, 이 사람도 사랑이구나’ 깨닫죠. 그게 꼭 로테의 잘못일까요?”

―남자들은 대개 바보라서 여자가 친절하게 대하면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베르테르는 순수한 사람이어서 로테의 친절을 계산 없이 받아들인 거예요. 여행을 떠나서 로테와 비슷한 여자들을 만나지만 로테를 잊지 못하죠. 요즘 남자들이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지.”

―클래식 음악에 대한 미련은 없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노래를 했어요. 성악 하는 여자는 누구나 오페라 프리마돈나를 꿈꾸죠. 지금은 눈앞의 무대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기회가 되면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 역을 해보고 싶어요.”

―데뷔작 ‘지킬 앤 하이드’도 그렇고, 남자를 파멸시키는 여자 역할을 좋아하는 건가.

“섹시한 매력이 부족해서 ‘맨 오브 라만차’ 알돈자를 맡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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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2014년 1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임태경 전미도 출연. 6만∼11만 원. 1577-3363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이지혜#베르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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