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현대시인 50명 작품 모은 ‘북한의 시학연구’ 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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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이후 북한의 시문학을 종합 정리한 ‘북한의 시학연구’(전 6권·소명출판·사진)가 출간됐다. 이상숙 가천대 글로벌교양학부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 15명이 2010년부터 3년간 북한 문예지에 실린 시와 평론을 조사한 결과물이다.

특히 북한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 50명을 선정해 10편 안팎의 대표작과 북한의 평론을 실었다. 북한의 대표시인을 선정한 것은 처음이다. 여기엔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으로 시작하는 ‘김장군의 노래’를 쓴 이찬과 북한의 계관시인 오영재, 그리고 광복 전부터 유명했던 백석과 이용악도 들어있다.

백석의 시 ‘눈’(1960년)은 그의 대표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1938년)를 떠올리게 한다. ‘초저녁 이 산골에 눈이 내린다./조용히 조용히 눈이 내린다./갈매나무 돌배나무 엉클어진 숲 사이/무리돌이 주저앉은 오솔길 우에/함박눈, 눈이 나린다’로 시작하는 이 시는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의 정서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시의 주인공은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여덟 자식 기르는 홀어미 열성당원. 밤길 나선 그녀의 어깨에 내리는 ‘눈’은 ‘당의 은총’으로 묘사된다. ‘밤길 우에/이 길을 걷는 한 녀인의 우에/눈이 내린다,/눈이 내려 쌓인다,/은총이 내린다,/은총이 내려 쌓인다.’는 마지막 연의 여운만큼은 빼어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시문학#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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