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상위 0.1% 부자, 그들은 누구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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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크라트/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박세연 옮김/488쪽·2만 원·열린책들

2007년 2월 13일 미국 뉴욕의 아머리빌딩에서 300만 달러(약 32억1000만 원)를 들인 초호화 파티가 열렸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기업 블랙스톤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스티븐 슈워츠먼의 60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비즈니스 거물들이 참석한 것은 물론이고 가수 로드 스튜어트는 30분짜리 공연을 해주고 100만 달러(약 10억7000만 원)를 받았다고 한다.

전 세계 부자 가운데 상위 0.1%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까. 세계적인 금융정보 전문매체 톰슨로이터의 편집장인 저자가 플루토크라트(Plutocrat)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플루토크라트는 그리스어로 부를 뜻하는 플루토스(Plutos)와 권력을 뜻하는 크라토스(Kratos)의 합성어. 부와 권력을 다 가진 부유층을 의미한다.

슈워츠먼의 생일 파티처럼 그들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부자인지 보여주는 가십만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번지수가 틀렸다. 저자는 오늘날 플루토크라트가 막대한 부를 거머쥐게 된 경제적 배경, 이들이 과거의 부자와 다른 점을 분석하며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상황을 거시적으로 보여준다. 상위 0.1% 부자들을 탐욕스러운 강도쯤으로 몰아가고 싶은 독자라면 역시 이 책은 번지수가 틀렸다. 저자는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시스템”이라며 “세상에 자본가들이 필요하다는 믿음을 전제로 깔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플루토크라트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하려 애쓴다.

오늘날의 부자들은 과거의 부자들보다 점점 더 부유해지고 있다. 세계화와 기술혁명이 빚어낸 경제성장이 그 원동력이 됐다. 이들은 과거의 부자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더 부지런히 일하며 더 끼리끼리 뭉친다. 이들의 세계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세계처럼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포천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지난 10년간 9.5년에서 3.5년으로 줄었다.

최상류층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게 결국 무슨 소용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들을 알아야 지금의 자본주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플루토크라트#부자#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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