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베네치아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미술관

  • 동아일보

44년만에 재현한 전설의 기획전
하랄트 제만 ‘태도가 형식이 될 때’전

‘태도가 형식이 될 때: 1969 베른/2013 베니스’전에 등장한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전화기). 베네치아=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태도가 형식이 될 때: 1969 베른/2013 베니스’전에 등장한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전화기). 베네치아=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1일 개막해 5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간 제55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선 본전시와 국가관 말고도 다채로운 전시가 줄을 잇는다. 비엔날레를 계기로 대형 전시들이 앞다퉈 열리면서 도시 전체가 거대한 미술관처럼 변신하는 것이다.

올해는 비엔날레 측 심사를 거친 부대 전시만 47개를 헤아린다. 그중 첫 손가락에 꼽히는 전시는 단연 프라다재단미술관의 ‘태도가 형식이 될 때: 1969 베른/2013 베니스’전. 스위스 출신 전시기획자 하랄트 제만(1933∼2005)이 1969년 스위스 베른 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인 전설적 기획전을 재구성했다. 프라다재단 디렉터인 제르마노 첼란트가 건축가 렘 콜하스, 사진가 토마스 데만트와 대화를 통해 공간을 꾸렸다.

좁은 골목에서 3시간 반 동안 줄서서 기다린 끝에 관람한 전시는 명성에 걸맞은 전시였다. 요제프 보이스, 브루스 나우먼, 리처드 세라, 조지프 코수스, 에바 헤세, 칼 안드레, 월터 드 마리아 등 미술사에 우뚝 선 작가들의 당시 작품들이 대거 선보였다. 예전 자료를 치밀하게 검토하고 전 세계 미술관과 컬렉터의 도움으로 최대한 그때와 가깝게 전시를 엮었다. 결과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프로세스 아트부터 개념미술, 아르테 포베라, 대지미술 등 전통예술의 틀과 형식에 반기를 든 작가들의 작업이 모여 복잡 미묘한 화음을 빚어낸다.

‘태도가 형식이 될 때’전은 작가의 태도와 사유의 과정을 작업으로 수용하면서 미술 담론의 주체적 생산자로서 큐레이터를 새로운 주역으로 주목한 점에서 역사적 이정표로 남아있다. 20세기 후반부터 오늘날까지 전시기획과 연출이 44년 전의 전시에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11월 3일까지. www.fondazioneprada.org         
▼ 생활 속에 스며든 한국 현대미술 ▼
‘Who is Alice?’-‘코레아 캄파넬라’전

    
    
‘Who is Alice?’전에 선보인 최우람 씨의 회전목마.
‘Who is Alice?’전에 선보인 최우람 씨의 회전목마.
2013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관 전시와 별도로 한국 현대미술의 독창성을 알리기 위한 전시도 선보였다. ‘화이트 큐브’로 불리는 일반 전시장이 아니라 사무실 호텔 등 생활 속 공간으로 스며든 점에서 흥미로운 전시들이다.

베네치아의 중심 산마르코 광장에서 수상 버스로 15분 거리에 있는 카도르 지역의 고풍스러운 건물에선 국립현대미술관의 ‘Who is Alice?’전이 열리고 있다(11월 24일까지). 정형민 관장은 “전 세계가 동시적 현상을 경험하는 시대에 한국적인 것, 향토적인 것을 강조한 전시는 큰 의미가 없다”며 “뚜렷한 자기 목소리를 가진 작가 개인의 특성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소개했다.

건물 1, 3층은 가정집이고 평소 사무실로 쓰였던 2층 공간을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든 공간에 양혜규 정연두 최우람 최수앙 등 작가 16명의 작품이 설치됐다. 관객들은 10개의 작은 방을 돌아다니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 양 현실과 비현실, 환상과 실제의 경계 너머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체험을 즐겼다. 오스트리아인 관객 위르겐 타보르 씨는 “작품 속 유희적 표현과 색채의 강렬함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베네치아의 기차역 부근 아마데우스 호텔에선 ‘코레아 캄파넬라’전이 열렸다. 토탈미술관 신보슬 큐레이터, 작가 노순택 김도균 김기라 리경 이세경 원성원 문형민 등 10여 명이 의기투합해 선보인 작은 전시다.

유서 깊은 호텔 1층 다목적홀과 테라스 공간을 활용한 전시는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실마리로 삼아 전개됐다. 김기라 씨는 베네치아에서 주운 돌과 아마추어 시인의 작품을 수놓은 테이블보를, 문형민 씨는 케이크 만들 때 사용하는 설탕으로 제작한 소형 조각을, 김도균 씨는 관객이 자신의 물건과 작품을 맞교환해갈 수 있는 사진작품을 선보였다.

베네치아=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제55회 베니스비엔날레#태도가 형식이 될 때#코레아 캄파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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