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캠핑천국 대마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 쓰시마 캠핑 제대로 즐기기
캠핑세트 빌려주는 여행상품 나와… 넉넉한 야영장서 쉼-맛-힐링 만끽

황혼녘 ‘신화의 마을 자연공원’ 캠핑장에서 이소 만을 바라본 모습. 쓰시마의 한가운데에 있는 이소 만은 잔잔한 수면과 아름다운 경치, 맑은 물로 유명한 곳이다. 카약을 빌려 타고 거울 같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다니다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K2 제공
황혼녘 ‘신화의 마을 자연공원’ 캠핑장에서 이소 만을 바라본 모습. 쓰시마의 한가운데에 있는 이소 만은 잔잔한 수면과 아름다운 경치, 맑은 물로 유명한 곳이다. 카약을 빌려 타고 거울 같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다니다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K2 제공
승객 16명이 타는 작은 프로펠러 여객기가 부산 상공을 지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바다 위에 산으로 가득 찬 섬이 나타났다. 왜 ‘바다에 떠 있는 산맥’이란 별칭이 있는지를 깨닫게 됐다. 그곳은 쓰시마(對馬) 섬, 우리가 흔히 대마도로 부르는 곳이다.

쓰시마는 남북 82km, 동서 18km의 고구마 모양을 닮은 섬이다. 면적(708.9km²)은 제주도의 40%, 거제도의 1.9배다. 부산 영도구의 50배 크기인데 인구(3만4000명)는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쓰시마는 예부터 한국과 일본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 왔다. 거리상으로는 일본보다 한국에 더 가깝다. 한국과의 거리는 불과 49.5km, 후쿠오카와는 132km 떨어져 있다. 쓰시마의 전망대 설명에는 하나같이 ‘맑은 날에는 부산의 거리와 야경이 건너다 보인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비행기 한쪽에서는 부산 시내를, 다른 한쪽에서는 쓰시마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캠핑천국 대마도’가 모토


사실 쓰시마는 우리에게 조선통신사 등 역사적 사실 이외에는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산 이외에 큰 계곡과 원시림, 온천도 있음)과 교통체증이 전혀 없는 한적한 분위기, 국내만큼 가까운 해외 관광지라는 것 등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곳곳에 흩어진 역사유적지를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유일한 단점은 숙박업소의 숫자와 수용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쓰시마의 호텔과 여관 중 100명 이상이 묵을 수 있는 곳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캠핑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쓰시마에는 무척이나 잘 가꿔진 캠핑장이 5곳이나 있다. 이용객이 많지 않아 현재 활용하지 않는 캠핑장도 3곳이나 된다. 쓰시마 시도 이런 점에 착안해 얼마 전부터 ‘캠핑천국 대마도’란 슬로건으로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캠핑족을 위한 전용 관광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K2와 8개 여행사가 공동으로 만든 이 상품은 캠핑객들을 위해 텐트 등 장비를 현지에서 대여해 주고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슈퍼마켓까지 차편을 제공해 준다(C2면 상자기사 참조).

캠핑장 이용은 비용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캠핑장 대여료는 1박에 600∼1000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국내 캠핑장처럼 붐비지 않는다는 게 큰 장점이다. 극성수기를 제외한 기간에는 거의 캠핑장을 전세 낸 기분으로 쓸 수 있다. 지난달 30일 기자가 묵은 곳은 신화의 마을(神話の里) 자연공원의 캠핑장이다. 3면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이고 나머지 한 면은 잔잔한 이소 만에 접해 있었다. 캠핑 사이트는 상당히 넓은 편이었다. 텐트들이 다닥다닥 붙어 들어서는 국내 캠핑장과는 차이가 컸다. 캠핑 사이트마다 수도와 화덕, 야외용 테이블도 갖춰져 있었다. 흥미롭게도 수도꼭지는 관리사무실에서 나눠 주는 열쇠고리를 이용해야 돌릴 수 있었다.
  
저녁때가 되자 캠핑의 꽃인 바비큐 요리를 즐길 차례가 돌아왔다. 수산업으로 유명한 쓰시마에서는 갖가지 싱싱한 해산물을 한국보다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한 뼘 길이의 작은 오징어나 자리돔같이 평소에는 보기 힘든 생선이 지천이었다. 생선을 제외한 쓰시마의 식료품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정도. 돼지고기와 수입 쇠고기 값은 한국 수준이다. 채소 가격은 한국의 유기농 농산물 값 정도다.

새우, 오징어, 가리비와 옥수수, 소시지 등을 구워 맥주와 함께 마시니 온종일 쌓인 피로와 이동 중 생긴 허기가 단숨에 날아가는 것 같았다. 고구마로 만들었다는 25도짜리 일본 소주로 기분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식사가 끝나자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덕에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가슴 속의 이야기들을 끄집어 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것은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와 이름 모를 새의 울음소리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2인승 카약을 타고 호수처럼 잔잔한 이소 만(灣) 위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2, 3분쯤 노를 젓자 캠핑장 숲에 가려져 있던 신사가 나타났다. 바다의 신을 모신다는 와타즈미(和多都美) 신사다. 신기하게도 바닷물 속에서부터 신사의 본전(本殿)까지 5개의 도리이(鳥居·일본의 전통 문)가 이어져 있었다.

도리이는 신의 세상과 인간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 구실을 한다. 5개의 도리이는 인간의 5가지 욕망(식욕, 재물욕, 수면욕, 색욕, 명예욕)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도리이를 하나하나 지날 때마다 각각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설명이다. 신화 속 같은 경치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 먹이를 쫓는 물고기가 물속에서 은빛으로 반짝였다. 물 속의 해초들이 그대로 들여다보였다. 캠핑장 앞의 바다는 쓰레기 하나 없는 청정 자연 그대로였다.

쓰시마의 다른 캠핑장들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미우다(三宇田) 캠핑장은 1996년 ‘일본의 해변 100선’에 뽑힌 미우다 해수욕장 안에 있으며, 아유모도시(鮎もどし) 자연공원 캠핑장은 시원한 계곡을 끼고 있어 대표적인 피서 장소로 꼽힌다.

쓰시마번주 소(宗) 가문의 묘역이 있는 반쇼인의 삼나무. 400살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왼쪽) 아유모도시 자연공원의 화강암 계곡. 여름철 피서 장소로 유명하다.(오른쪽) 쓰시마=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쓰시마번주 소(宗) 가문의 묘역이 있는 반쇼인의 삼나무. 400살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왼쪽) 아유모도시 자연공원의 화강암 계곡. 여름철 피서 장소로 유명하다.(오른쪽) 쓰시마=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시내 곳곳에 한글 안내판


이즈하라 시내 곳곳에서 한글로 된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쓰시마=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이즈하라 시내 곳곳에서 한글로 된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쓰시마=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해외 여행에서는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시내 관광도 빼놓을 수 없다. 이국적인 음식을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지난달 31일 쓰시마의 중심지인 이즈하라(嚴原)에 들어서니 곳곳에 있는 한글 안내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금요일의 한적한 거리에 단체로 모여 있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한국인 관광객들이었다. 토, 일요일에는 이곳이 한국인지 일본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에는 무려 15만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쓰시마를 찾았다. 그에 비해 일본 본토에서 온 관광객은 채 5만 명이 되지 않았다. 일본 현지에서 여행 사업을 하는 김인태 넷재팬 사장은 “일본에서는 쓰시마가 힐링 여행지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며 “아직까지 시(市) 승격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꽤 많다”고 했다. 김 사장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에게서 얻는 수입은 쓰시마 경제의 3%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연히 쓰시마 시는 한국인 관광객 유치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쓰시마 소개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의 한국어판을 일본어판보다 먼저 만들었을 정도다. 지난달 31일 쓰시마 시청에서 만난 모토이시 겐이치로(本石健一郞) 쓰시마 시 관광물산추진본부장은 “쓰시마는 한국에서 가까우며 상대적으로 여행 비용도 적게 드는 매력적인 곳”이라며 “한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즈하라에서는 한국과 관련된 역사 문화 유적을 둘러볼 수도 있다. 덕혜옹주 결혼 봉축비와 최익현 선생 순국비, 조선통신사비, 조선 국왕이 하사한 장식물을 소장한 쓰시마번주 가문 묘역(반쇼인·萬松院) 등을 살펴보다 보면 가깝고도 멀었던 한일 양국의 역사를 반추해 볼 수 있다. 시내 자체가 크지 않아 걸어 다녀도 크게 힘들지가 않다. 쇼핑할 곳은 많지 않지만 깔끔한 음식점은 많다. 일본 음식은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최근에는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친구야’)가 생겼다. 쓰시마에는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곳이 많으니 미리 엔화를 환전해 가는 것이 좋다.

여행정보: 쓰시마 부산사무소(www.tsushima-busan.or.kr)
  
쓰시마 ‘신화의 마을 자연공원’ 캠핑장의 모습. 사진의 텐트를 비롯해 매트리스와 버너, 랜턴, 식기, 조리도구의 대여료가 여행상품에 포함돼 있다. 타프와 키친테이블 등은 추가 비용을 내면 빌릴 수 있다. K2 제공
쓰시마 ‘신화의 마을 자연공원’ 캠핑장의 모습. 사진의 텐트를 비롯해 매트리스와 버너, 랜턴, 식기, 조리도구의 대여료가 여행상품에 포함돼 있다. 타프와 키친테이블 등은 추가 비용을 내면 빌릴 수 있다. K2 제공
▼ K2 ‘대마도 세미 글램핑’ 상품은… 부산∼쓰시마 배편+캠핑 풀세트 20만원 선 ▼


“쓰시마 캠핑, 몸만 떠나세요!”

캠핑은 즐겁지만 여러 가지 장비를 챙겨야 하는 일은 상당한 부담이 된다. 국내에서도 그럴진대 해외로 캠핑을 떠난다면 오죽하겠는가. 이젠 그런 걱정을 덜어도 될 것 같다. 적어도 쓰시마와 관련해서는 말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K2는 지난달 국내 8개 여행사와 함께 ‘캠핑천국 대마도 세미 글램핑(glamping·glamorous+camping)’ 상품을 내놓았다. 일본에서는 쓰시마 시 관광물산추진본부가 지원하고 현지 운영은 한국계 여행사 넷재팬이 맡는다. 운송 파트너로는 쾌속여객선을 운항하는 미래고속이 나섰다.

8개 여행사의 쓰시마 캠핑여행 상품에는 부산∼쓰시마 배편과 K2 캠핑장비 풀세트(구입가 500만 원 상당) 대여료, 캠핑장 사이트 및 샤워실 이용료, 장보기 픽업서비스 등의 현지 교통편이 포함돼 있다. K2가 제공하는 캠핑장비에는 가족세트(4인용)와 연인세트(2인용) 등 2종류가 있다. 여행상품에 포함되는 장비는 텐트, 매트리스, 버너, 랜턴, 식기, 조리도구 등 총 21가지다. 침낭은 개인적으로 들고 오는 사람이 많아 여행상품에는 들어 있지 않다. 만약 침낭이 없다면 개당 5000원의 추가요금으로 빌릴 수 있다. K2 측은 “현지 가이드가 텐트 설치를 도와줘 초보자도 손쉽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별도의 요금을 내면 낚시와 카약 타기, 소바 만들기 등의 체험을 즐길 수도 있다.

부산에서 쓰시마의 히타카쓰(比田勝)까지는 여객선으로 1시간 10분, 이즈하라(嚴原)까지는 2시간 정도가 걸린다. 9월에는 항공편을 이용한 캠핑여행 상품도 나올 예정인데 김포에서 쓰시마공항까지의 소요 시간은 1시간 10분이다. 선박을 이용한 캠핑여행 비용은 1인당 20만 원 내외이며 여행사별로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쓰시마=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