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얼터’배우 아십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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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주 2회 고정으로 장발장役 맡는 김성민
“주연배우 문제 발생때 대타 뛰는 ‘커버’배우에서 승진한 셈… 출연료 두세배 올라 휘둥그레”

뮤지컬 ‘레미제라블’ 한국어 공연의 또 다른 깜짝 스타 김성민. 주인공 장발장 역의 정성화 ‘커버’로 발탁됐다가 ‘얼터’가 된 그는 일주일 8회 공연 중 6회는 술꾼 대학생 그랑테르 역으로 동료 배우 3명과 앙상블 대기실을 나눠쓰지만 장발장 역을 맡는 2회 공연에선 당당히 주인공 대기실을 독차지하는 특혜를 누린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뮤지컬 ‘레미제라블’ 한국어 공연의 또 다른 깜짝 스타 김성민. 주인공 장발장 역의 정성화 ‘커버’로 발탁됐다가 ‘얼터’가 된 그는 일주일 8회 공연 중 6회는 술꾼 대학생 그랑테르 역으로 동료 배우 3명과 앙상블 대기실을 나눠쓰지만 장발장 역을 맡는 2회 공연에선 당당히 주인공 대기실을 독차지하는 특혜를 누린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해 11월부터 장기 공연 중인 뮤지컬 ‘레미제라블’ 한국어 공연은 배역당 한 명의 배우만 출연한다. ‘원 캐스팅’이라고 한다. 해외에선 일반적이지만 스타급 연기자의 티켓파워에 많이 의지하는 국내에선 오히려 드문 일이다.

그런데 유일한 예외가 있다. 주인공 장발장 역으로 정성화 외에 다른 배우가 서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루 2회 공연이 있는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한 차례씩 김성민(33)이란 낯선 배우가 장발장 역으로 고정 출연하고 있다.

김성민은 1회 공연만 있는 다른 요일에는 혁명군의 술꾼 대학생 그랑테르로 출연한다. 일주일 8회 공연 중 2회는 장발장으로, 6회는 그랑테르로 연기하는 셈이다.

지난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김성민은 음식을 3인분이나 주문했다. “오늘 8시 공연은 그랑테르를 하는 날이거든요. 장발장을 할 땐 긴장해서 0.5인분도 안 먹지만 그랑테르를 할 땐 3인분을 먹어요.”

국내에선 매우 드물지만 그 같은 배우를 ‘얼터’(대역을 뜻하는 영어 Alternate의 약어)라고 부른다. 주연배우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할 경우에만 대타로 투입되는 ‘커버(Cover)’와 주연배우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는 ‘더블(Double)’ 사이의 중간급 배우다. 긴급 상황에만 투입되는 커버와 달리 어느 정도 출연 횟수를 보장받는 배우인 셈이다.

“(정)성화 형이 하루에 두 번 공연은 무리라고 해서 커버였던 제가 운 좋게 얼터로 격상됐죠. 계약서 쓰는 날 커버가 아니라 얼터가 됐다는 통보를 받고도 저 자신부터 그 차이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장발장으로 주 2회 공연을 하고 출연료가 두세 배 이상 뛰는 걸 보면서 정말 눈이 뒤집어졌습니다.(웃음)”

그는 대학 졸업 후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다 2007년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공연에서 푀뷔스 역으로 데뷔한 이래 ‘몬테크리스토’와 ‘돈 주앙’ 같은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해왔다. 그러다 레미제라블 오디션에 장발장 역과 그랑테르 역에 함께 지원했다가 오리지널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의 눈에 띄어 전격 발탁됐다.

술을 입에 달고 사는 그랑테르와 올곧은 장발장을 번갈아 연기하려면 헷갈릴 법도 하다. “초반엔 헷갈렸어요. 장발장을 하는데 저도 모르게 그랑테르의 눈빛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폼을 잡고 있어야 하는데 까불거린 거죠. 이제는 적응이 돼서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는 긴급 투입되는 커버로 무대에 설 때가 더 힘들고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달 3일 성대에 이상이 온 성화 형을 대신해 커버로 무대에 섰는데, 곧바로 트위터에 불평불만이 쏟아졌어요. 목숨을 건다는 기분으로 혼신을 다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여기저기서 기립박수가 터졌습니다. 김문정 음악감독님이 ‘네가 아주 이를 갈았구나’ 하시더라고요.”

앞서 처음 기립박수를 받은 날을 그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죠. 장발장 얼터로 처음 출연한 작년 11월 13일이에요.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보니까 저도 모르게 머리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폴더 인사를 하더라고요.(웃음) 4월 서울 공연을 앞두고 오리지널 음악감독 제임스 도슨이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넌 로큰롤 장발장이야.’ 성화 형의 클래식 장발장과 차별화되는 저만의 장발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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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무기한 공연. 5만∼13만 원. 02-547-5694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레미제라블#장발장#김성민#대타#커버#더블#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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