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각장애인 앵커 이창훈씨, 1년 계약 만료돼 설자리 잃어

  • 동아일보

KBS 2기 장애인 앵커로 홍서윤 씨(26·여)가 18일 채용됨에 따라 이창훈 1기 장애인 앵커(28·사진)는 갈 곳이 없어졌다. 이 앵커는 평일 낮 12시 35분부터 5분간 KBS1 ‘뉴스12’의 ‘이창훈의 생활뉴스’ 코너를 진행한다. 하지만 후배인 홍 앵커가 들어오면 그는 ‘생활뉴스’ 진행자 자리를 내줘야 한다.

2011년 7월 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KBS에 입사한 이 앵커는 최초의 시각장애인 앵커로 주목받았다. KBS는 시각장애인 앵커 채용 소식을 발표하면서 그가 1년짜리 계약직 직원이라는 사실은 부각하지 않았다. 이 앵커는 올봄 개편까지 계약을 연장했으나 2기 장애인 앵커가 채용되면 물러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장애인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이달 초 성명을 통해 “최초의 장애인 뉴스앵커인 이창훈 씨를 전문 앵커로 여긴 것이 아니라 KBS 이미지 홍보를 위한 모델 정도로 생각한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KBS 관계자는 “장애인 앵커 자리만 계속 늘려갈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다 많은 장애인에게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계약직으로 채용하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누리꾼들은 “공영방송이 장애인을 홍보용으로 이용만 하고 홀대했다”며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KBS 측은 “이창훈 앵커가 현재 진행하는 프로를 그만둔 후에도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이창훈 앵커를 비롯한 2기, 3기 장애인 앵커가 실질적인 방송인으로서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손으로 점자를 짚으며 뉴스를 진행하는 이 앵커를 보면 마음 한쪽이 따뜻해졌는데 계속 봤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글을 올리고 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시각장애인 앵커#이창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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