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시대정신 품은 서양미술사 vs 광기와 방종의 천재 화가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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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 철학으로 읽기/조중걸 지음/308쪽·2만 원 한권의책
◇파워 오브 아트/사이먼 샤마 지음 김진실 옮김/488쪽·2만6000원 아트북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양미술사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면 ‘서양미술사 철학으로 읽기’를, 유명 화가들의 인생사에 관심이 더 많다면 ‘파워 오브 아트’를 손에 잡는 게 효과적이다. 전자는 구석기시대부터 현대미술까지 시대별로 나눠 철학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후자는 카라바조, 베르니니, 렘브란트, 다비드, 터너, 반 고흐, 피카소, 로스코 등 8명을 인물별로 나눠 다룬다.

‘서양미술사…’는 시대정신과 미술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시대정신을 이해하고 나면 특정 예술기법의 등장은 쉽게 꿰뚫어볼 수 있다는 논리다.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구석기인들은 어떻게 동굴벽화에 원근법을 구사할 수 있었을까’ ‘그리스의 완벽한 민주주의는 그리스 미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예술사학자이자 수리철학 분야 전문가인 저자의 관점은 이 대목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운동법칙과 인과율의 수학적 표현인 함수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결과물이 역동적인 바로크 예술로 나타난 것이다.”

‘파워…’는 세계적인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기획해 유럽과 미국을 누비며 만든 영국 BBC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쓰였다. 방송에서 담지 못한 내용들도 추가됐다. 천재 화가 8명을 보는 저자의 시선엔 경외감보단 안타까움, 연민이 가득하다. 방탕하게 살다 살인을 저질러 쫓기는 신세로 살았던 카라바조, 역사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인정받지 못해 그림의 5분의 4를 잘라냈던 렘브란트, 가장 정치적인 작품을 남긴 가장 비정치적인 화가 피카소…. 이들의 질곡 많은 삶과 시대의 걸작이 탄생하던 순간들이 숨 가쁘게 펼쳐진다. 천재들의 경솔함과 욕정, 자만심과 허영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양미술사…’는 부제 ‘예술의 형이상학적 해명’에서 보듯 독자들이 이해하기 버거운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저자도 서문에서 “내용의 난해함을 형식적 유연함으로 극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썼다. ‘파워…’는 천재 화가들의 인생을 요즘 익숙해진 휴먼 다큐 스토리로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객관적인 정보 외에도 저자가 천재들이 살았던 곳을 찾아가 현장 취재를 하면서 몸으로 겪은 이야기를 생동감 있는 문체로 들려준다. 코팅종이에 새겨진 화려한 색감의 작품 사진들도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서양미술사 철학으로 읽기#파워 오브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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