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서 수입극 벌벌 떤다… ‘악어’ 때문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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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고양이’ 제작한 조행덕 악어컴퍼니 대표

수입극 독차지였던 대학로 최고 흥행극을 지난해 창작극으로 바꿔놓은 조행덕 악어컴퍼니 대표. 재즈 발레리노에서 시작해 연극배우를 거친 조 대표는 공연 기획을 어깨너머로 배워 기획사를 차린 지 18년 만에 대학로 최고 흥행사 자리에 올랐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수입극 독차지였던 대학로 최고 흥행극을 지난해 창작극으로 바꿔놓은 조행덕 악어컴퍼니 대표. 재즈 발레리노에서 시작해 연극배우를 거친 조 대표는 공연 기획을 어깨너머로 배워 기획사를 차린 지 18년 만에 대학로 최고 흥행사 자리에 올랐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난해 대학로엔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10년 넘게 ‘라이어’와 ‘보잉보잉’ 같은 수입극의 아성이었던 대학로 최대 흥행작의 권좌가 창작극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런 ‘역성혁명’의 주인공은 2003년 발표된 동명의 TV드라마를 연극 무대로 옮긴 ‘옥탑방 고양이’다. 옥탑방 고양이의 흥행 돌풍은 대학로에만 머물지 않았다. 인터파크 2012년도 연극부문뿐 아니라 공연부문 전체 흥행순위에서도 지난 한 해 공연계 최대 화제작이었던 뮤지컬 ‘위키드’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이런 ‘고양이’의 포효 뒤에는 ‘악어’의 뚝심이 숨어 있다. 옥탑방 고양이를 기획하고 제작해 2010년 4월부터 지금까지 무기한공연으로 끌고 온 조행덕 악어컴퍼니 대표(46)다. 악어컴퍼니는 입이 큰 데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성격이라고 조 대표에게 붙은 별명(악어)을 따라 지은 것이다.

“라이어와 보잉보잉은 상황으로 코믹한 웃음을 안겨주는 파스(소극·笑劇)입니다. 옥탑방 고양이는 이와 달리 웃음뿐 아니라 꿈과 사랑이라는 감동도 선사합니다. 여주인공 정은이는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온 무수한 한국의 젊은이들을 대변합니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좋아하고 아끼는 진짜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연극 옥탑방 고양이는 드라마의 상황 설정만 가져왔을 뿐 그 안의 에피소드는 많이 다르다. 특히 암수 고양이 두 마리를 의인화해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병치해 웃음을 끌어낸 점이 주효했다. 마치 이불처럼 접었다 펴가며 옥탑 전체의 풍경과 좁은 방안의 풍경을 함께 담아낸 무대효과도 참신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무대로 옮길 때는 무대화법에 맞게 이야기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합니다. 인간보다 순수한 고양이의 비중을 남녀 주인공만큼 높임으로써 ‘작품을 보고 난 뒤 맑고 깨끗해졌다’는 소감을 끌어낼 수 있게 된 거죠. 그리고 소극장 연극에 맞는 기발한 무대효과는 ‘스페셜 레터’ 때부터 악어컴퍼니의 장기입니다.”

1995년 시작된 악어컴퍼니는 ‘옥탑방 고양이’ 외에도 연극 ‘기막힌 스캔들’ ‘나쁜 자석’ ‘클로저’, 뮤지컬 ‘스페셜 레터’와 ‘싱글즈’ 등 20편에 가까운 인기 레퍼토리를 확보해 대학로 흥행 강자가 됐다. 지난해에는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에도 처음으로 도전해 정성화 김다현 주연의 ‘라카지’로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올해는 일본 원작에 저작료를 지불하고 제작한 뮤지컬 ‘싱글즈’를 그 수십 배 가격을 받고 일본에 다시 수출한다. ‘싱글즈’는 일본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영화화한 작품을 2007년 악어컴퍼니가 제작한 창작뮤지컬이다. ‘싱글즈’는 올해 4월 일본 도쿄에 한국뮤지컬 전용관으로 문을 여는 ‘아미쥬 뮤지컬 씨어터’에서 5월부터 한 달간 공연된다.

조 대표는 재즈 발레리노 출신으로 연출가 이윤택 이병훈 윤광진 씨가 이끄는 우리극연구소에서 음향오퍼레이터부터 시작해 안무와 연기를 겸하며 작품 보는 안목을 배웠다. 이후 대학로 선후배 공연기획자들이 공연 기획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우며 하나둘 작품을 올리기 시작해 벌써 180여 편(재공연 포함)을 올렸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제 목표는 공연뿐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그룹을 만들어 토니상과 아카데미상까지 받는 겁니다.”

18년 전 전셋집을 월세로 돌리고 회사를 차린 뒤 지금까지 월셋집을 못 벗어났다는 ‘악어’의 꿈은 여전히 옥탑방 밤하늘 너머 달나라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조행덕#악어컴퍼니#옥탑방 고양이#수입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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