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늘 그대로인 세상에 변한 건 우리가 아닐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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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었니, 사진아/테일러 존스 지음·최지현 옮김/248쪽·1만3800원·혜화동

“요 꼬마 녀석들, 잘도 자라 주었구나”라는 메시지와 함께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 자매는 같은 장소에 사진을 포개 놓고 찍으며 추억을 공유한다. 혜화동 제공
“요 꼬마 녀석들, 잘도 자라 주었구나”라는 메시지와 함께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 자매는 같은 장소에 사진을 포개 놓고 찍으며 추억을 공유한다. 혜화동 제공
책은 2011년 스물한 살 평범한 청년의 우연한 시도에서 출발했다. 저자는 옛 가족 앨범에서 세 살 된 남동생이 생일 케이크를 뽐내며 찍은 사진을 본다. 남동생은 훌쩍 컸지만 지금 앉아 있는 주방은 그대로다. 똑같은 위치에 사진을 겹쳐 놓고 사진을 찍었다. 두 개의 시간이 포개진 사진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

아스라한 과거를 현재로 가져오는 방법을 보고, 6주 만에 수백만 명이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했다. 전 세계에서 수천 장의 사진이 날아들었다. 책은 이 중 203개의 사진과 짤막한 글귀를 추렸다.

예전과 그대로인 길가에 아버지의 젊은 시절 찍은 사진을 올려놓고 “제 아들이 누굴 닮아 멋진가, 했더니 아버지를 닮았네요”라고 뒤늦은 고백을 해본다. 해맑은 미소를 지닌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에 “어른이 된다는 건 생각했던 것만큼 재미있지 않은 것 같아”라고 차분하게 적힌 글귀도 눈에 띈다.

곁을 떠난 이들에 대한 그리움도 엿보인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좋아했던 부둣가에서 어머니가 손을 흔들던 사진을 겹쳐 놓자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신 것처럼 느껴진다. 아버지가 서 계셨던 동네 계단에 옛날 사진을 대면 고인이 된 아버지가 자애로운 표정으로 계속 지켜봐 주시는 것 같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잘 있었니#사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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