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1달러가 있다, 어디에 쓸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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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력서/볼프 슈나이더 지음·이정모 옮김/464쪽·1만7000원·을유문화사

피지 섬에선 죽은 추장을 기리는 뜻으로 절단한 부족민의 손가락 수백 개가 발굴됐다. 슬픔을 표하기 위해 앞니를 하나씩 뽑는 부족도 있었다. 19세기 금과 물개를 찾던 유럽인들은 티에라델푸에고 제도의 나바리노 섬을 찾아내 원주민을 거의 멸종시켰다. 1963년 이곳에 선교차 방문한 케네트 빌리암스는 “바다와 강을 상대로 설교해야 했다”고 기록했다. 설교를 들을 사람들은 이미 땅에 묻혔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력은 양면적이다. 독일의 문화사 전문가이자 언론인인 저자는 인류가 걸어온 삶을 연민과 억압의 역사로 풀이하고 있다.

책은 시대 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상반된 인류의 얼굴을 들춰내고 있다. 지구는 인간만의 ‘고향별’은 아니다. 두꺼비 바퀴벌레 쥐와 바이러스가 먼저 살고 있었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를 파괴하며 영역을 넓혀 갔다. 열악한 노예선에 300명이 넘는 노예를 굴비 엮듯 엮어 실어 나르며 같은 종(種)을 사고판 유일한 동물이다. 저자는 이처럼 오만불손한 파괴자, 인간의 200만 년에 걸친 지배 이력을 추적한다.

책을 3분의 2가량 읽고 난 뒤의 대목이 더 흥미롭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이 부풀려져 있다고 단언한다. 온난화 방지 운동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투자 대비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예견되는 난제들을 무엇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그는 돈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자는 주장에 동의한다. 일정 금액을 투자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낳는 순서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1달러를 에이즈 예방에 투자하면 40달러의 수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기후 대책에 쓰면 32%의 이윤만 남는다. 따라서 기후 문제 해결보다 에이즈 퇴치가 급선무라는 것이다.

저자는 지구 온도가 2∼3도 상승하면 동식물종의 20∼30%가 멸종할 것이라는 연구에도 의구심을 품는다. 거대 도시의 온도는 주위보다 이미 2∼3도 높다. 지금까지의 전망에 따르면 지중해 국가들과 아프리카 남부, 미국 일부 지역과 호주에는 가뭄이 예상된다. 태평양과 인도양의 많은 섬은 홍수로 땅이 유실될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스칸디나비아, 캐나다는 이득을 본다. 최악의 전망인 섭씨 6도를 웃돌 경우 지구 전체 면적의 7%를 차지하는 툰드라 지대가 새로운 터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1994년 독일 언어학회가 수여하는 ‘언어문화 미디어상’을 수상해 ‘독일어의 교황’으로 불린다. 하지만 건조한 번역체에서는 어휘의 풍부함이 전해지지 않는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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