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남성’을 버리고 천사의 목소리를 얻은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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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라토의 역사/파트리크 바르비에르 지음·이혜원 옮김/344쪽·2만 원·일조각

“진짜 천사가 그의 형상을 하고 노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작곡가 스카를라티가 카스트라토인 프란치스켈로의 노래를 듣고 한 말이다. 카스트라토. 거세(去勢)가수. 남자로 태어났으나 수술로 중성(中性)이 되어 여성의 음역을 노래한 17∼19세기 성악가들을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20세기 초 녹음을 남겼던 ‘마지막 카스트라토’ 모레스키의 노래를 유튜브에서 들어볼 수 있다. 그러나 전성기 전통에서 단절돼 일개 성가대원으로 살았던 그의 노래만 듣고 카스트라토의 전모를 알 수는 없다. 이 책은 카스트라토의 기원과 몰락, 그들의 평균적인 일생, 훈련 방법, 예술사에 끼친 영향까지 ‘카스트라토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진지하고 분석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일화를 배치해 흥미를 잃지 않도록 배려한 균형 감각이 책의 큰 미덕이다.

오늘날 카스트라토를 향한 시선은 대부분 부자연스러웠던 그들의 성(性)을 향한다. 그러나 카스트라토의 전성기에 그 같은 관심은 적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이 다른 관심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왜 ‘부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가수가 그토록 빛나는 존재가 되었을까. 그들은 여성과 아이의 목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후두’를 갖고 있었다. 가슴은 보통 남성보다 둥그스름하게 더 커 공명에 유리했다. 성장판이 늦게 닫히기 때문에 몸집도 다른 가수들보다 머리 하나씩 컸다. 부연하자면 이들은 고환만 절제하고 음경은 남겨두어 성행위가 가능한 경우도 많았다.

카스트라토의 노래라고 하면 우리는 영화 ‘파리넬리’에서 접한 고음의 화려한 기교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들의 진정한 경쟁력은 오히려 낮은 음의 따뜻하고 관능적인 선율 진행에 있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여성이나 남성 가수가 따라오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최고의 카스트라토 스타였던 파리넬리에 대해서도 책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절한 관심을 보인다. 역사에 나타난 그는 ‘대리석같이 완벽하고 힘이 넘치면서 낭랑한’ 목소리를 가졌을 뿐 아니라 계약을 성실히 지키고 최선을 다하는 예술가이자 인격자였다. 영화 ‘파리넬리’에도 등장하는 스페인왕 펠리페 5세의 우울증 치료를 사서는 이렇게 기록했다. “무엇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았던 왕의 얼굴에 처음으로 빛이 났다. 소원을 묻자 파리넬리의 청은 단 한 가지였다. ‘일어나서 면도를 하시고 왕국의 지도자로서 자리에 앉으시길 청하나이다.’” 이후 그는 장관급인 대공이 되어 타호 강 배후공사와 아란후에스 궁 보수공사를 지휘했다.

권위 있는 오페라사(史) 학자인 저자는 역사적 사실을 파헤쳐 나열하는 데서 임무를 그치지 않는다. 카스트라토가 각광받았던 정신사적 배경에 대해 ‘바로크 시대는 인위적으로 나무를 깎은 정원이나 별을 대신한 불꽃놀이처럼 인공적인 것들이 인기를 끌었던 시대’라고 설명한 부분이나, 오늘날 보위, 프린스, 마돈나가 가진 ‘양성적 관능과 에로티시즘’을 상기시키는 내용이 그의 직관력을 신뢰하게 만든다. 꼼꼼하고 유려한 번역도 돋보인다.

유윤종 선임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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