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13]단편소설 ‘펑크록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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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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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만, 무서울 수 있어서 고맙다

송지현 씨
송지현 씨
작가들의 당선 소감을 읽는 밤이다. 아르바이트 공고를 읽던 밤보다는 훨씬 운치 있는 것 같아서 좋다. 세계의 예측 불허함엔 항상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예측 불허에도 불구하고, 늘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이것을 소감이라기보다는 러브레터라고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이제라도 사랑을 고백할 수 있어 기쁘다. 할 수 있다면 최대한 유치하게, 억지 눈물이라도 한 방을 묻히고 싶다.

먼저 사람이 아닌 것들에게―함께 새벽을 지새운 나의 고양이 두 마리, 마감만 끝나면 부수겠다고 다짐한 노트북(그러나 지금 소감을 쓰고 있다), 이력서를 냈지만 받아주지 않았던 회사들, 내가 가졌던 방들, 치킨마요.

그리고 사람들에게―슬픔 또한 농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부모님과 가족들. 언제나 함께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경기예고 친구들. 인사할 구실이 생겨 좋은 서울예대 동기들과 한강 선생님, 김혜순 선생님, 조동범 선생님. 자존감 하락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동국대 대학원 동기들와 선배들, 그리고 교수님들. 겨우 따라잡아 보폭을 맞추게 된 발상스터디와 엉덩이와 식사 멤버들. 조우리 선생님과 김혜정 선생님, 곁에서 항상 욕해준 곰과 그 친구들. 따로 이름 넣어달라고 한 민주. 퇴미 부부. 나를 스쳐갔거나 내가 지나친 많은 사람들. 모두에게 사랑과 평화를 (곧 마실 알코올과 함께) 전한다.

마지막으로 나의 버려진 소설들에게―늘 AS 기사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살겠다.

사실 많이 무섭다. 하지만 무서울 수 있어서 고맙다. 심사위원 두 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

△1987년 서울 출생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 △동국대 대학원 국어국문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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