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5년 日최장수 아이돌 ‘모닝구 무스메’ 내한 “사인회 대신 악수회로 통해요”

  • 동아일보

팬心과 땀나도록 터치 터치

6일 오후 서울 서교동 롤링홀에서 팬들과 악수 및 인사를 나누고 있는 일본 여성그룹 모
닝구 무스메 멤버들. 왼쪽부터 미치시게 사유미, 다나카 레이나, 후쿠무라 미즈키, 이이쿠보 하루나, 이시다 아유미. CJ E&M 제공
6일 오후 서울 서교동 롤링홀에서 팬들과 악수 및 인사를 나누고 있는 일본 여성그룹 모 닝구 무스메 멤버들. 왼쪽부터 미치시게 사유미, 다나카 레이나, 후쿠무라 미즈키, 이이쿠보 하루나, 이시다 아유미. CJ E&M 제공
6일 오후 6시 58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작은 라이브클럽 롤링홀 안에 500여 명의 관객이 들어찼다. 잠시 후 일본 여성 아이돌그룹 ‘모닝구 무스메’ 멤버 5명이 무대에 올랐다. “와!” “레이나! 레이나!” “하루나! 하루나!” 장내 분위기가 끓어올랐다. 간단한 인사와 문답을 마친 멤버들은 무대에 마련된 테이블 뒤에 앉았다. “지금부터 악수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악수회 참가권을 지참하신 분들은 앞쪽으로 차례로 나오세요.”

500명의 팬이 차례로 올라와 멤버들과 악수를 하고 덕담을 나누며 지나갔다. 바깥은 섭씨 7도의 쌀쌀한 날씨였지만 오후 8시쯤 되자 사람들이 땀을 흘릴 정도로 실내온도가 높아졌다. 악수를 마치고 내려온 정예은 양(15)은 “악수회는 처음인데 떨려서 말이 잘 안 나왔다”면서 상기된 뺨을 만졌다.

1997년에 결성된 일본 현역 최장수 아이돌그룹인 모닝구 무스메는 ‘악수회’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데뷔 자체를 악수회로 이뤄냈다. ‘5일 동안 5만 장의 싱글 앨범을 판매해야 데뷔할 수 있다’는 기획사의 미션을 발로 뛰는 악수회를 통해 4일 만에 완수한 것. 이들은 데뷔 15주년과 13집 발매를 기해 ‘세계 악수회’로 판을 벌였다. 7일 만난 멤버들은 “대만 태국 프랑스 한국에서 총 3000여 명의 팬과 악수했다”면서 “팬 한 명 한 명의 마음이 전해져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든다. 그들의 감정이 직접 와 닿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사인회가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는 이게 안 통한다. 회원 수 1만 명이 넘는 모닝구 무스메 팬 카페를 운영하는 박찬일 씨(31)는 “아티스트 관리가 철저하고 사생활 보호가 강한 일본 기획사의 특징 때문에 짧은 시간에 강한 교감을 할 수 있는 악수회의 전통이 생겼다”고 말했다.

비슷한 행사로 하이터치회(팬들이 가수의 손을 가볍게 치고 지나가는 행사)와 허그회(포옹회)도 있다. 행사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기획사가 알맞은 것을 선택한다.

하이터치회는 짧은 시간에 많은 팬을 ‘접할’ 수 있어 요즘 인기가 높다. 계속 팔을 들고 여러 팬의 손과 접촉하다 보니 손이 붓는 것은 기본이고 온몸이 쑤실 정도의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가수들에게는 ‘행복한 고역’인 셈. 비스트는 2010년 일본 도쿄에서 3시간여 동안 1만여 명의 팬과 ‘하이터치’했다. 황준민 JYP엔터테인먼트 홍보팀 과장은 “편안한 접촉 방식은 아니지만 팬을 만난다는 기쁨에 힘든 내색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 고유의 문화인 악수회와 하이터치회는 한국에도 들어와 일반화되고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모닝구 무스메#악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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