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 종묘 연결 싸고 ‘2m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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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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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시민편의 위해 8m 터널을” 시민단체 “6m 터널로 문화재 원형보존”


문화재 원형 보존이 우선일까. 시민의 편의가 더 중요할까. 서울 종로구 창경궁과 종묘의 연결사업을 두고 서울시와 문화재 관련 시민단체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종묘는 원래 창경궁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숲으로 연결돼 있었다. 하지만 일제는 민족혼 말살정책에 따라 1931년 도로(현 서울 종로구 율곡로)를 만들어 창경궁과 종묘 사이를 끊어버렸다. 이후 80년 넘게 창경궁과 종묘는 단절된 상태로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단절된 역사 복원을 위해 “율곡로 일부(창덕궁 돈화문과 원남동 사거리 사이의 300m 구간)를 지하차도로 만들고 그 위에 녹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지하차도 위에는 흙을 덮어 창경궁에 있는 나무를 옮겨 심고 원래 창경궁과 종묘 사이에 있던 담장을 옛 모습대로 복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산은 보상비용을 포함해 854억 원.

이후 서울시는 공사에 들어가기 전 율곡로 일부 구간에 대한 문화재 발굴 조사를 실시했고, 종로 순라길에서 종묘 담장 기초석 유구(遺構)가 발견됐다. 문제는 시가 지하차도에 건설하기로 한 ‘쌍굴 아치형 파형 강판 터널’의 경우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8m 이상이어서 터널 위쪽이 유구가 발견된 위치까지 올라온다는 것. 이 터널을 고수할 경우 원 위치에 담장을 복원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그러자 우리 문화재 바르게 지킴이,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이 “문화재 보호 기본 원칙에 반하는 일”이라며 들고 일어섰다. 문화재보호법 제3조에는 ‘문화재의 보존, 관리 및 활용은 원형 유지를 기본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발굴 유구의 위치를 변경해 복원한다면 문화재적 가치를 상실할뿐더러 진정한 의미의 역사 복원도 아니라는 것.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약 6m면 충분한 단굴 강합성 지중아치 터널 등 대안이 있는데 서울시는 파형 강판 터널만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경태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주무관은 이에 대해 “파형 강판이 싸고 시공하기 쉬우며 천장이 높아 운전자에게 충분한 시야를 확보해준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파형 강판 터널을 뚫기 위해 2월 “일부 구간의 담장을 원래 높이보다 상향해 복원하겠다”는 내용으로 현상변경허가신청을 했고, 4월 문화재청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달 5일 문화재청 국감에서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문화재 원형복원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어 문화재청이 15일 서울시에 관련 협조문을 보냄으로써 이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서울시 측은 “터널 형태를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2013년 말로 예정돼 있던 창경궁과 종묘의 연결사업 완공일도 1년 가까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창경궁#종묘#서울시#시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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