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Harmony]아파트에 들어앉은 전통가구, 안방의 품격이 달라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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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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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가구로 인테리어 하기


전통가구가 가장 잘 어울리는 집은 물론 우리 전통 가옥인 한옥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식 생활을 기준으로 한 아파트나 양식 주택에서 살고 있다. 입식 공간에 좌식 가구인 우리 전통 가구를 어울리게 배치하는 것은 은근히 까다롭다. 더구나 침대와 책상 등 익숙한 입식 가구를 버리지 않고 함께 사용할 때는 더욱 그렇다. 입식 공간에서 전통가구를 멋지게 연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전통 가옥과 서양 주택의 가장 큰 차이는 무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눈높이’다. 흔히 천장이 낮은 방과 야트막한 가구로 꾸민 한옥 공간은 ‘눈높이가 낮다’고 하고, 천장이 높고 키 큰 가구를 둔 서양식 주택은 ‘눈높이가 높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실내만 본다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외 공간까지 포함해 말하면 이 판단은 정반대가 되고 만다.

평지에 짓는 서양 주택은 주택과 마당, 정원의 높이가 같다. 테라스란 실내에서 바깥 땅(라틴어 terra)으로 나가는 연결공간을 말한다. 이처럼 서양 주택은 실내와 테라스, 실외가 모두 같은 높이로 연결돼 있다.

그러나 한옥에서 주거공간은 전체 대지에서 높은 위쪽 자리에 위치하는 데다, 실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섬돌을 거쳐 마루로 올라서야 한다. 우리 한옥은 이미 땅에서 어느 정도 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러므로 방 안은 눈높이가 낮을지 몰라도 방문이나 창문을 통해 보는 눈높이는 서양 주택보다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채광 좋은 방에서 창문만 열면 눈 아래 펼쳐지는 풍광을 앉아서도 즐길 수 있어 좁은 방도 답답하지 않다.

○ 방의 눈높이는 문갑을 기준으로

2010년 제35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이만식 씨의 반닫이책장.
2010년 제35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이만식 씨의 반닫이책장.
아파트에서 방 하나를 전통가구로 꾸미고자 할 때 흔히 작은 방을 선택하기 쉽다. 한옥의 방이 좁기 때문에 작은 방이 무난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큰 창이 달린 전망 좋은 방을 골라야 방이 작더라도 답답하지 않다. 채광이 좋지 않은 작은 방은 골방밖에 안 된다. 그런 방은 차라리 작은 침대와 책상을 두어 손님방으로 쓰는 게 낫다.

안방 침대를 낮은 것으로 바꾼다면 쉽게 한옥 안방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전통가구로 방을 꾸밀 때 눈높이는 문갑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한옥에서는 낮게 달린 창 아래 문갑을 두었기 때문에 이 눈높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침대 옆 벽면에 네 폭의 그림을 붙여두되, 그림아래쪽 선이 문갑 높이 정도 되고 낮은 침대 높이와 얼추 비슷하다면 이미 반은 성공한 셈이다. 한옥 안방 아랫목 벽의 다락문도 비슷한 눈높이인 데다 네 짝 문에 화조도를 그려 넣었으니, 이와 흡사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침대 머리맡에는 예쁜 아기장(버선장)이나 반닫이를 두고 윗목에 사방탁자와 장롱을 두면 큰 고민 없이 아늑한 안방을 만들 수 있다.

안방의 높은 침대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서재를 전통가구로 꾸며볼 수 있다. 창이 낮게 달려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높게 달려 있다면 커튼 대신 발(중국산이나 일본산보다 이왕이면 우리 전통 발이 좋다.)을 아래로 늘어뜨려 눈높이를 낮춰주고 그 아래 문갑을 길게 배치하면 제법 분위기가 산다. 창 옆에 족자를 비슷한 길이로 걸어두면 눈높이가 같아져 더욱 효과적이다.

비록 한 벽면은 입식 책상을 둔다 해도 나머지 벽면에는 전통책장을 두고, 모퉁이 공간에는 사방탁자를 배치하고 아래에 묵직한 도자기를 놓아두면 시선이 자연히 낮아져 분위기가 차분해진다. 아랫목에 보료를 깔아두면 좋지만 평상을 활용할 수도 있다. 평상은 50cm 정도로 눈높이도 비슷한 데다 겨울에는 난방의 온기가 전해지고 여름에는 시원해서 가끔씩 누워 쉬기에 안성맞춤이다. 만약 병풍이 있다면 보료나 평상 뒤에 배치해 보자. 병풍 그림의 눈높이 역시 비슷하여 금상첨화다.

○ 서양·전통가구 함께 둘 때는 입식으로 꾸며야

16세기에 만들어진 2층 책장(개인 소장)
16세기에 만들어진 2층 책장(개인 소장)
입식가구와 전통가구를 함께 두고자 할 때는 차라리 입식으로 꾸미면서 전통가구를 활용하는 편이 낫다. 거실에 텔레비전을 두고 소파에 앉아 편히 보고 싶다면 소파 뒤에 전통가구를 두되, 키가 높은 편인 약장이나 찬장을 벽에 붙이고 공간을 조금 떼어둔 다음 소파를 배치하면 된다.

소파 대신 편안한 의자와 낮은 테이블을 두면 한결 세련된 입식 공간으로 연출할 수 있다. 이때는 부분적으로 카펫을 깔고 의자와 테이블을 두어야 안정감이 살아난다. 카펫이나 의자, 소파 등은 조금 어두운 색으로 맞추는 것이 전통가구와 잘 어울린다. 의자는 높은 나무의자보다는 패브릭으로 감싼 푹신한 낮은 의자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모퉁이에는 머릿장이나 반닫이를 두고 둥근 스탠드를 올려놓거나 도자기나 장식품을 두면 한결 아늑해진다.

입식 공간은 비우기보다 채워나가는 공간이므로 텔레비전 주위에도 사방이 시원하게 뚫린 사방탁자보다는 찬탁이나 묵직한 반닫이를 두고 위에 액자를 걸어두거나 시렁 또는 선반을 설치해서 작은 장식품을 전시해두면 보기 좋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좌식 공간을 연출할 때는 벽과 바닥을 밝은 색으로, 입식 공간으로 꾸밀 때는 약간 어두운 색조로 차분하게 연출해야 전통가구의 멋이 살아난다는 점이다.

한경심 한국문화평론가 icecreamhan@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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