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자올림픽서 한글 ‘금메달’…2연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9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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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개조 문자 쓰는 27개국 참가

한글이 역대 최고 문자를 뽑는 '세계문자올림픽'에서 2위 인도의 텔루그 문자, 3위 영어 알파벳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9일 세계문자학회 등에 따르면 1~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2차 세계문자올림픽'에서 한글이 1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는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인도 등 자국에서 창조한 문자를 쓰거나 타국 문자를 차용·개조해 쓰는 나라 27개국이 참가했다. 참가한 각국 학자들은 30여 분씩 자국 고유문자의 우수성을 발표했다. 심사는 미국, 인도, 수단, 스리랑카, 태국, 포르투갈 등 6개국 심사위원이 맡았다.

평가 항목은 문자의 기원과 구조·유형, 글자 수, 글자의 결합능력, 독립성 등이다. 응용 및 개발 여지가 얼마나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최초 대회는 '글자로도 올림픽이 가능할까'라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2009년 10월 자국에서 창조한 문자를 가진 나라 16개국이 모여 문자의 우수성을 겨뤘고, 문자의 우열을 가리는 세계 첫 공식대회의 시작이었다. 이 대회에서도 한글이 1위를 차지했고, 그리스와 이탈리아 문자가 뒤를 이었다.

이번 대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영하 전 주 레바논 대사는 "국가가 개입하면 대회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어 학자를 중심으로 민간 차원에서 대회를 열었다"며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 아프리카의 몇몇 국립대 교수가 문자가 없는 자국의 현실을 소개하며 한글을 보급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사는 "영어 알파벳 26자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는 300여 개에 불과하지만 한글 24자로는 이론상 1만 1000여 개, 실제로 8천 700여 개의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며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정보전달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설명했다.

한글 발표자로 나섰던 이상억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글은 세종대왕이 창제할 당시 세계에서 유일하게 발음기관을 본떠 만든 과학적인 문자로 배우기 쉽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이러한 언어학적 요소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기뻐했다.

이 교수는 "각국의 뛰어난 학자들이 모여 발표자와 심사위원으로 나섰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 결과 한글이 최고라는 게 검증됐다"고 덧붙였다.

참가한 각국의 학자들은 대회 마지막 날 '방콕 선언문'을 발표해 자국 대학에 한국어 전문학과와 한국어 단기반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이번 대회 결과가 담긴 선언문을 유네스코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국가에 보내기로 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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