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성 전문기자의&joy]4대강 자전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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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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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르∼ 또르르∼ 가을 속으로 굴러간다
또르르∼ 차르르∼ 가을이 굴러 들어온다

남한강 자전거길을 달리는 자전거동호회 ‘에디클럽(eddy club)’ 회원들. 가을 강변은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웃고, 쑥부쟁이 구절초 벌개미취 꽃들이 까르르 웃음꽃을 피운다. 맑고 선선한 바람이 살갗을 간질인다. 둥글둥글 굴러가는 자전거. 푹 꺼지고 처진 엉덩이를 풍선처럼 둥글게 부풀려 준다. 분노와 울혈로 가득 찬 가슴속도 둥글게 활짝 펴준다.
‘몸 앞의 길이 몸 안의 길로 흘러들어 왔다가 몸 뒤의 길로 빠져나갈 때,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은 몸이 곧 길임을 안다’(김훈 소설가). 자전거는 순한 눈망울의 초식동물이다. 부드럽고 둥근 ‘쇠말’이다. 자전거에선 하모니카 소리가 난다. 남한강자전거길=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남한강 자전거길을 달리는 자전거동호회 ‘에디클럽(eddy club)’ 회원들. 가을 강변은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웃고, 쑥부쟁이 구절초 벌개미취 꽃들이 까르르 웃음꽃을 피운다. 맑고 선선한 바람이 살갗을 간질인다. 둥글둥글 굴러가는 자전거. 푹 꺼지고 처진 엉덩이를 풍선처럼 둥글게 부풀려 준다. 분노와 울혈로 가득 찬 가슴속도 둥글게 활짝 펴준다. ‘몸 앞의 길이 몸 안의 길로 흘러들어 왔다가 몸 뒤의 길로 빠져나갈 때,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은 몸이 곧 길임을 안다’(김훈 소설가). 자전거는 순한 눈망울의 초식동물이다. 부드럽고 둥근 ‘쇠말’이다. 자전거에선 하모니카 소리가 난다. 남한강자전거길=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당신의 다리는 둥글게 굴러간다

허리에서 엉덩이로 무릎으로 발로 페달로 바퀴로

길게 이어진 다리가 굴러간다

당신이 힘껏 밟을 때마다

넓적다리와 장딴지에 바퀴무늬 같은 근육이 돋는다

장딴지의 굵은 핏줄이 바퀴 속으로 들어간다

근육은 바퀴 표면에도 울퉁불퉁 돋아 있다

자전거가 지나간 길 위에 근육 무늬가 찍힌다

둥근 바퀴의 발바닥이 흙과 돌을 밟을 때마다

당신은 온몸이 심하게 흔들린다

비포장도로처럼 울퉁불퉁한 바람이

당신의 머리칼을 마구 흔들어 헝클어뜨린다

-김기택 ‘자전거 타는 사람’에서》
차르르! 차르르! 동그라미 두 개가 굴러간다. 땅 위를 노 저어 간다. 자전거는 ‘둥글고 부드러운 쇠말’이다. 울퉁불퉁 자갈길도 바퀴살에 한번 감겼다 나오면 말랑말랑 흙길이 된다. 딱딱한 시멘트길도 고슬고슬 과수원길이 된다. 차르르! 또르르! 자전거바퀴살은 바람을 안고, 햇살을 감고, 흙을 돌돌 말아 가을을 자아낸다.

요즘 4대강 국토종주자전거길이 왁자하다. 모두 1757km 거리. 인천서해에서 한강을 거쳐 충주∼상주∼낙동강하굿둑까지 가는 사람도 많다. 아예 휴가를 내고 금강 영산강 자전거길까지 완주하는 라이더도 있다. 울긋불긋 자전거족들의 오고감이 싱그럽다. 저마다 새 모양의 헬멧을 쓰고 들새처럼, 참새처럼, 때론 까치처럼 이리저리 신나게 날아다닌다.

강변 자전거길엔 으르렁거리며 질주하는 트럭이 없다. 코뿔소처럼 콧김을 씩씩대며 돌진하는 중장비 차량도 없다. 매연 가득한 아스팔트길은 ‘어두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저 강물 따라 무심히 흘러가거나, 그 잔잔한 물주름 타고 거슬러오면 된다.

새재길 소조령∼이화령 코스는 고수들이 즐기는 구간이다. 괴산 소조령은 해발 374m의 완만한 고갯길. 해발 548m의 이화령은 서울방향에서 오르막 5km, 내리막 6km의 만만찮은 ‘깔딱 고개’다. 요즘 이화령 부근의 산하가 살짝 물들기 시작했다. 영산강 자전거길의 담양 메타세쿼이아도 황금바늘잎으로 변해가고 있다. 금강 자전거길 군산 갈대섬엔 겨울철새들이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

둥근 가을. 푸른 하늘이 강물에 들어앉아 가부좌를 틀고 있다. 그 옆을 두 개의 동그라미가 한 개의 동그라미를 업고 굴러간다. 쇠똥구리 한 마리가 커다란 쇠똥 두 개를 한 발에 하나씩 굴리면서 나아간다. 한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면 가을이 통째로 스며든다. 낙동강 갈대숲이 가슴에 들어와 서걱댄다. 금강 길섶 연보라 쑥부쟁이가 까르르 웃는다. 영산강 맑은 대숲바람이 살갗에 연한 소름을 돋게 한다.

자전거 페달은 우직한 곰발바닥이다. 그저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길바닥의 낌새를 읽는다. 자전거 안장은 영양의 엉덩이다. 풀밭처럼 말랑말랑하다. 마름모꼴의 자전거 프레임은 암소의 갈비뼈이다. 거친 여물을 묵묵히 되새김질한다. 톱니바퀴의 자전거 크랭크는 코끼리의 기다란 이빨이다. 거센 흔들림에도 꿋꿋하다. 그렇다. 자전거는 초식동물이다. 채식주의자이다. 얼룩말이나 사슴이다. 자전거는 잘 길들여진다. 온순하다. 그저 똑바로 앞을 바라보고 페달을 밟기만 하면 군말 없이 나아간다.

자전거는 아무리 빨라봐야 시속 30km 정도다. 그건 고수들이나 할 수 있다. 평범한 라이더들은 보통 시속 15∼20km로 달린다. 한강 팔당댐에서 충주댐까지 10시간 넘게 잡아야 한다. 고수들도 7시간쯤 걸린다. 올 땐 자전거를 고속버스에 싣고 오는 게 좋다. 고속버스엔 자전거를 최대 9대까지 실을 수 있지만 다른 고객들의 화물도 고려해야 한다.

일주일에 2번 정도 100km 이상 라이딩을 즐기는 백만주 씨(54)는 “고속버스 화물칸의 용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단체 라이딩을 할 땐 최대 6, 7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한다. 홍윤표 씨(55)는 “팔당∼양평 코스는 늘 라이더로 북적이므로 여주 이포보쯤 와서 즐기는 게 좋다. 이곳부터는 휴일에도 한적한 편이다”라고 말한다.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나 자전거가 되리/한평생 왼쪽과 오른쪽 어느 한쪽으로 기우뚱거리지 않고/말랑말랑한 맨발로 땅을 만져보리/구부러진 길은 반듯하게 펴고, 반듯한 길은 구부리기도 하면서/이 세상의 모든 모퉁이, 움푹 파인 구덩이, 모난 돌멩이들/내 두 바퀴에 감아 기억하리’

안도현의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에서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 ‘자전거+스쿠터’ 3시간 충전하면 40km 거뜬… 전기자전거가 뜬다

LS네트웍스 전기자전거 ‘토마(TOMA)’
LS네트웍스 전기자전거 ‘토마(TOMA)’
자전거는 근육의 힘으로 굴러간다. 다리의 힘이 두 바퀴에 온전히 실려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먼 거리를 달리거나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땐 힘이 부친다. 노약자나 여성들은 더욱 그렇다.

전기자전거는 근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뒤바람처럼 등을 부드럽게 밀어준다. 언덕길 다리 근육이 풀렸을 때 스르르 모터의 힘으로 오를 수 있다. 물론 힘이 있을 땐 보통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아 가도 된다. 전기를 쓰지 않고 갈 수도 있고, 전기만으로 달릴 수도 있다. 자동으로 설정해 놓으면 둘을 겸할 수도 있다.

자전거 스스로 전기모터 작동 여부를 알아서 한다. 사람은 그저 보통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으며 가면 된다. 언덕길 같은 데선 전기모터가 작동하고 보통 땐 멈추는 식이다. 그만큼 저장된 전기가 알뜰하게 쓰인다. 한마디로 ‘자전거+스쿠터’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이나 중국 일본에선 이미 전기자전거가 보편화됐다. 중국 같은 경우 지난해 기준 무려 2억 대가 넘는 전기자전거가 대륙 곳곳을 달리고 있다. 전체 자전거의 29%를 차지할 정도다. 물론 중국엔 일반자전거에 배터리와 모터를 달아 개조한 것도 많다. 전기자전거는 독일(30만여 대), 네덜란드(25만여 대), 일본(31만여 대)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전기자전거 시장은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해 팔린 게 고작 5000여 대에 불과하다. 역설적으로 앞으로 성장할 여지가 그만큼 많다. 이미 효도상품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기술 수준도 유럽이나 일본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 아우디 BMW 다임러벤츠 등 독일 자동차회사들이 내놓은 고급 제품엔 아직 못 미치지만, 일반 전기자전거는 유럽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모터사이클회사 야마하 등 일본 전기자전거는 값이 부담스럽다(160만∼250만 원). 국산제품은 100만∼180만 원대.

전기자전거는 ‘배터리-모터-컨트롤러’가 생명이다. 굳이 완제품을 사지 않아도, 일반자전거에 이것만 달면 전기자전거가 된다. 배터리는 보통 3시간 충전하면 최소 40km쯤 갈 수 있다. 납배터리는 12kg이 넘어 자전거무게가 20kg을 넘게 된다. 리튬배터리는 가볍지만(2kg) 값이 비싸다. 전기자전거 최대속도는 시속 25km 정도.

국산 전기자전거 제작에는 LS네트웍스, 만도, 알톤스포츠, 벨로스타, 삼천리자전거 등 여러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대기업 LS네트웍스는 벤처기업 파워라이드, 중견 자전거업체 알톤스포츠는 대기업 포스코와 각각 손잡는 식이다. 결국 ‘더 가볍고, 더 오래가고, 더 값싼’ 전기자전거를 누가 먼저 선보이느냐의 싸움이다.
이미란 바이클로아카데미 원장 “자전거, 제대로 안타면 몸 망가져요” ▼

이미란 바이클로아카데미원장
이미란 바이클로아카데미원장
“단순히 넘어지지 않고 가기만 한다고 자전거 탄다고 할 수 있나요? 자전거를 제대로 타려면 적어도 20∼40시간은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법률상으로 자전거와 자동차는 똑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자전거와 사람이 부딪치면, 자동차가 사람을 친 거나 마찬가지란 이야기지요.”

이미란 바이클로아카데미 원장(42)은 사이클 국가대표 출신이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 산악자전거부분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비록 입상은 못했지만 자전거는 그의 인생이나 마찬가지.

그는 잔소리꾼이다. 자전거 타는 사람만 보면 꼭 한두 마디 지적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헬멧을 쓰지 않고 자전거 타는 사람은 혼쭐이 난다. 두 귀에 이어폰을 꽂고 라이딩하는 사람은 반드시 세워 빼도록 설득한다.

“라이딩할 때 다리를 오므리고 페달을 밟아야 한다는 것은 아는데, 실제 해보라고 하면 엉터리가 많아요. 머리로만 아는 거지요. 허리와 가슴을 편 상태에서 앞으로 30도쯤 숙이라는 것도 말로만 알지 제대로 하는 사람이 드물어요.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몸의 밸런스가 무너져 탈이 나기 쉽습니다.”

바이클로아카데미(02-3482-2882)는 자전거유통업체 바이클로가 세운 ‘자전거 비영리교육기관’. 지난달 서울 반포에 문을 열었다. 자전거 응급정비, 자전거 관련 법규 교육, 실전 라이딩 등을 주말(한 회 2∼3시간)을 이용해 가르쳐준다. 전혀 자전거를 못 타는 초보자교육은 내년쯤 상황을 보아가며 열어볼 생각. 강사는 사이클 전 국가대표 등 선수 출신이 맡는다.

“요즘 자전거숍을 해보려는 분이 부쩍 늘었는데 그분들을 대상으로 정비기술은 물론이고 매장 운영, 고객관리 노하우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일종의 자전거 관련 창업자커리큘럼인데 인기가 높습니다. 그만큼 자전거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지요. 문제는 그것을 받쳐줄 라이딩 교육이나 자전거 관련 창업 취업 전문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바이클로아카데미는 유소년 묘기자전거 BMX팀을 창단했다. 8∼13세 초등학생 15명으로 이뤄졌으며 2개월 동안 주말에 한강 광나루경기장에서 연습을 한다. 1년 4개 기수로 운영되며 교육은 국가대표 장준원 코치가 맡았다. 장비 등 모든 게 무료. 묘기자전거에 대한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올림픽꿈나무 육성으로까지 이어 보겠다는 바람이다. BMX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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