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자료실 확 줄인 국립중앙도서관… 어르신들 “우린 어떡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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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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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이 결혼식을 올리도록 도서관을 개방하면서 왜 노인들이 마음껏 신문을 보던 공간은 줄이는 겁니까.”(신종섭 씨·50)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이 신문자료실을 개편해 종이신문을 자유롭게 볼 수 없게 되면서 중·노년층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두 달 전만 해도 국립중앙도서관 3층 신문자료실에선 28개 일간지 15일 치를 자유롭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6월 신문자료실 개편 이후 고(古)신문과 외국신문, 전문신문의 열람만 가능하다. 일간신문을 보려면 2층 휴게실인 ‘만남의 자리’에 가야 하는데 10일 이상 지난 일간지의 경우 신문자료실에서 신청서를 작성해야 이용할 수 있다.

신문자료실의 공간 배치가 바뀌면서 예전의 책상 40개, 의자 100개도 지금은 책상 5개와 의자 10개로 줄어들었다. 1층에 있던 신문 게시대도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사라졌다. 디지털도서관 지하 3층에서 인터넷으로 일간지를 읽을 수 있지만 컴퓨터에 서툰 노년층은 이곳을 잘 찾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도서관에 나와 신문을 보며 시간을 보내던 중·노년층 이용자들은 “도서관에서 늙은이들을 몰아내려고 자료실을 개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과 31일 이용자들이 몰리는 오전 시간대에 도서관을 취재한 결과 일간지가 배치된 2층 ‘만남의 자리’엔 10∼20명의 이용자가 몰려들었지만, 일간지를 볼 수 없는 3층 신문자료실엔 2, 3명의 이용자만 앉아 있었다.

만남의 자리에서 신문을 보던 최모 씨(69)는 “열람실엔 냉방이 되지만 2층 만남의 자리는 덥고 자리도 비좁다”며 “신문도 중요한 자료이고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데 홀대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도서관 관계자는 “외국 신문과 전문지를 배치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 신문자료실을 개편한 것”이라며 “이용자들의 불편사항을 접수해 이달 중 재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권오혁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국립중앙도서관#도서관 신문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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