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카지’ 나란히 캐스팅 탤런트 윤승원-천호진씨

  • Array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무너지는 극우정치가役 ‘딱’ 천호진
노래 때문에 노이로제 걸려 윤승원

뮤지컬 ‘라카지’로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중견 연기자 윤승원(왼쪽) 천호진 씨.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뮤지컬 ‘라카지’로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중견 연기자 윤승원(왼쪽) 천호진 씨.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다음 달 6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카지’(원제는 ‘라 카주 오 폴’)에는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던 개성 강한 두 연기자가 한 배역에 나란히 캐스팅됐다. 윤승원(54), 천호진 씨(52)다.

동성애자 부부 앨빈과 조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이 뮤지컬에서 두 사람이 맡은 배역은 극우파 정치가 에두아르 딩동. 그는 자신의 딸 안과 약혼한 장미셸의 부모가 동성애자임을 알고 결혼에 극렬히 반대하고 나서는 인물이다.

22일 연습을 앞두고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의 1층 카페에서 두 사람을 함께 만났다. 윤 씨는 4월 종영된 KBS 주말드라마 ‘광개토대왕’에서 고구려 책사 하무지로 출연했다. 천 씨는 MBC 주말드라마 ‘무신’에서 고려 문신 이규보, KBS2 수목드라마 ‘각시탈’에서 일제강점기 종로경찰서장 기무라 타로로 출연하고 있다.

드라마 2편에 뮤지컬 연습까지 소화하는 꽉 짜인 스케줄 탓인지 천 씨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 뮤지컬 출연은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 프로듀서 차승재 씨의 권유에서 비롯됐다. 천 씨와 차 씨는 배재고 동창이다.

“뮤지컬이긴 하지만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해요. 제가 맡은 딩동은 2막부터 등장해 드라마의 줄기를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 임팩트 있는 역이에요. 노래는 한 곡밖에 안 하지만 캐릭터가 강한 배역이라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사실 천 씨는 뮤지컬 배우로서 오랜 이력을 쌓아왔다. MBC 공채 17기 탤런트로 입사한 직후인 1984년 현대극단이 제작한 록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시몬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고 1993년 뮤지컬 ‘에비타’에 후안 페론으로 출연했다. 1999년 다시 ‘지저스…’에서 빌라도로 선 게 마지막 뮤지컬 무대였다. 13년 만에 다시 뮤지컬 무대에 돌아오는 셈이다.

“요즘 노래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렸다”는 윤 씨는 예전 뮤지컬 ‘스크루지’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적은 있지만 본격적인 뮤지컬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번 출연은 연출을 맡은 유지나 씨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요즘 주로 사극에만 출연하던 차에 마침 스케줄도 여유가 있고 기분도 전환할 겸 맡았다”고 그는 말했다.

요즘은 드라마 사극 출연이 많지만 그는 1984년 연극 ‘해마’의 남자주인공 해리를 연기해 제21회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을 탄 연기파 배우다. 1987년부터 2년 가까이 KBS 1TV에서 방영했던 대하드라마 ‘토지’의 길상 역으로 열연해 국민배우 소리도 들었다.

“한때는 멜로드라마 주인공도 많이 맡았는데 1990년대 중반부터 2005년까지 사업도 하고, 미국에서 생활하느라 한국을 떠나 있다가 다시 연기자로 복귀했더니 군인, 무사, 왕 같은 역만 맡기네요. 딩동이라는 캐릭터도 사실 보수적인 정치인, 엄한 아버지라 요즘 해 온 역할과 크게 다를 건 없습니다.”

연습 현장에서 천 씨는 캐릭터 분석이 뛰어나다는 평이, 윤 씨의 경우 사극 같은 연기가 좀 튄다는 평이 들렸다. 천 씨는 “딩동은 아주 견고하던 사람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사람인데, 그걸 표현하는 게 재밌을 것 같다”고 했다. 윤 씨는 “요즘 배우들은 연습 때부터 100%를 보여주려고 하는데 우리는 연습 때 살살하다가 실전에 들어가면 100%를 발휘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작품에서 앨빈은 정성화 김다현 씨가, 조지는 남경주 고영빈 씨가 번갈아 연기한다. 9월 4일까지. 6만∼13만 원. 1566-7527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뮤지컬#공연#라카지#천호진#윤승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