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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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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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이은희 그림/104쪽·1만 원·실천문학사

신경림 시인의 첫 동시집. 77세 시인이 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 학력과 영어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회,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이 아이의 천진한 동심으로 그려진다. 세상과 사물의 본질을 정직하게 투영해 낸 동시는 때론 어른 독자를 뜨끔하게도 만들고 ‘순수의 시절’을 아련히 추억하게도 한다.

시인은 분주한 현대사회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의 심정을 읽어낸다. ‘엄마는 야근/아빠는 회식// … 텔레비전을 틀었다가/ 핸드폰을 열었다가//깜박 텔레비전 앞에/잠이 들었다/이윽고 귓전에/엄마 목소리//“얘는 날마다/텔레비전만 보나 봐”//엄마는/아무것도 모르면서’(‘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집에서는/핸드폰과 짝꿍이 되고//하루 종일/핸드폰과 짝꿍이 되고’(‘짝꿍’)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친구들, 노숙인 등을 편견 없이 대하는 따스한 시선이 정겹다.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저씨/얼굴이 검다/어느 먼 나라에서 왔나 보다 … 우유 두 봉지 사서/아저씨 이거 하나 드세요’(‘공사장 아저씨와’) ‘내 짝꿍은 나와/피부 색깔이 다르다/나는 그 애 커다란 눈이 좋다//…내 외가는 서울이지만/내 짝꿍 외가는 먼 베트남이다/마당에서 남십자성이 보인다는’(‘달라서 좋은 내 짝꿍’)

시인은 “손자가 생기면서 동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다. 나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손자의 생각과 행동을 읽으면서, 이것을 형상화하면 정말로 훌륭한 문학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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