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태생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디디에 스퀴방(53)의 음악을 들어보면 장르 구별이 쉽지 않다. 서정적인 현대음악과 프랑스 민속음악, 낭만주의 음악과 재즈의 즉흥성이 묘하게 섞여 있기 때문이다. 김희준 MM재즈 편집장은 “스퀴방의 음악에는 재즈와 클래식, 프랑스 브르타뉴의 독특한 문화가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유럽에서 스퀴방의 음반은 발매할 때마다 10만 장이 넘게 팔려나간다. 그는 1997년부터 고향인 프랑스 서북부 브르타뉴의 정취를 담은 피아노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25일 오후 8시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스퀴방이 꾸린 트리오의 첫 내한 공연이 열린다. 그가 e메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매년 브르타뉴에서는 여러 축제가 열리는데 어린시절부터 크고 거친 소리를 내는 봄바드(오보에의 전신), 작은 백파이프인 비니우, 켈트하프 같은 전통악기로 구성된 민속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즐겨 들었지요. 영국해협과 접한 브르타뉴는 고대 켈트 족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입니다. 피아노로 고향의 전통음악을 표현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여덟 살 때 처음 플루트를 배웠다. 하지만 오르간이나 피아노 같은 건반악기가 더 좋았고, 오르간을 통해 전통음악의 매력을 접하게 됐다.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한 것은 11세 때. 드뷔시, 에리크 사티, 다리우스 미요, 스트라빈스키, 쇤베르크 등 클래식 작곡가에 심취하다가 18세 때 미국 재즈 피아니스 빌 에번스의 음반을 듣고 재즈에 눈을 떴다.
“재즈만이 가진 즉흥성과 스윙 리듬에 푹 빠졌지요. 키스 재럿과 허비 행콕도 좋아하게 됐고요. 이 시기를 거치면서 클래식과 민속음악, 재즈가 서로 경계 없이 어우러지게 된 것 같아요. 자유롭고 독립적인 음악을 추구하겠다는 마음가짐도 영향을 미쳤겠지요.”
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피아노와 플루트, 퍼커션 트리오로 무대에 선다. 근작인 라이브 앨범 ‘콘서트 멕시코’도 이 편성이었다. 이런 악기 구성을 한 이유에 대해 “이 세 악기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내가 추구하는 밝고 자유로운 음악을 표현하기에 좋다. 또 플루트를 맡은 파스칼과 퍼커션 연주자 제롬은 오랜 시간 함께했기에 호흡이 잘 맞아 즉흥 연주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음악이 관객의 가슴 깊숙한 곳에 가서 닿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첫 방문에서 한국의 많은 것을 보고 느끼듯 관객들도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브르타뉴를 즐기기 바랍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는, 작은 여유를 선사하고 싶습니다.” 2만∼8만 원. 02-6352-6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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