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기도’ 사부 김준호는 수제자로 홍인규를 꼽으며 “비보이 출신답게 춤과 싼 티 나는 동작을 잘 버무린다”고 칭찬했다.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상민, 김준호, 조윤호, 이상호, 장기영, 홍인규. 국경원 동아닷컴기자 onecut@donga.com
“별 미친놈들 다 보겠다고요∼플레? 감사합니다∼람쥐!”
무슨 말인지 몰라 잠시 멍해졌다면 성공이다. 문맥과 상관없이 어미를 변형, 꺾어서 상대방을 공황 상태로 만드는 ‘꺾기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질박한 연기의 고수 김준호(37)를 중심으로 월미도 비보이 출신 홍인규(32), 클럽 춤의 달인 쌍둥이 형제 이상호와 이상민(31), 보컬그룹 ‘이야말로’ 출신 조윤호(35), 커피 심부름 하다 얻어 걸린 장기영(30)이 뭉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꺾기도’ 팀에 한 수 배우기 위해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을 찾았다.
‘꺾기도’ 팀은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 인기투표 결과 ‘꺾기도’가 ‘감사합니다’ 팀을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며 자축했다.
“4∼12세 어린이를 공략한 거예요. 최근 ‘애정남’ 등 풍자 개그로 ‘개콘’이 많이 무거워졌잖아요? 그래도 이 정도로 반응이 올 줄은 전혀 몰랐지.”(김준호)
“광주에서 열린 공연서 준호 형이 없는 바람에 ‘꺾기도’를 못했더니 객석에 앉아있던 아이가 엉엉 울더라고요.”(쌍둥이 형 이상호)
‘다’로 끝나는 말에는 ‘다람쥐’ ‘다래끼’를 붙이고 ‘까’로 끝나는 말에는 ‘까불이’, ‘마’로 끝나는 말에는 씨스타의 곡 ‘마보이’를 리듬 있게 덧붙이는 ‘꺾기도’식 언어유희는 중독성이 있다.
얄미운 악당 ‘쌍두사’ 이상호, 이상민 형제의 현란한 춤도 브라운관 앞 어린이들을 홀렸다. 포털 사이트에는 ‘쌍두사’ 춤의 배경음악을 묻는 누리꾼들의 질문이 쇄도한다.
“코너의 화룡점정이죠! 춤의 포인트는 1초에 10번씩 혀를 내밀어야 해요.(직접 재현) 요즘 춤의 배경음악인 ‘아이 갓 마이 아이 온 유(I Got My Eye on You)’가 클럽에서 나오면 사람들이 저희 춤을 따라 춘다고 하더라고요.”(쌍둥이 동생 이상민)
만화 같은 전개에 ‘유치하고 억지스럽다’는 시청자 반응도 더러 있다. 심지어 예능국에서 16년째인 ‘개콘’의 서수민 PD는 아직도 리허설 때마다 공황 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김준호식 개그에 대한 믿음 하나로 ‘꺾기도’는 방송을 탄다.
아직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는 시청자들을 위해 웃음 포인트 팁을 요청했다.
“영화 ‘타이타닉’ 재미있게 보셨나요? 명작 ‘타이타닉’에도 호불호가 갈리듯 개그에도 장르가 있어요. 서른 살 넘은 저희가 무대에서 정신줄을 놓아버리듯 시청자분들도 생각 없이 순수한 어린이의 마음으로 보시면 재미있을 거예요.”(이상민)
“개그 공식은 갑자기 화제 전환을 하거나 뜬금없는 이야기를 할 때 웃음이 터진다는 거죠. 이건 비밀인데 무대 위에서 제가 먼저 웃어 버릴 때가 있죠. 정말 민망해서 웃는 경우도 있지만 제 웃음이 자체 바람이 돼서 사람들이 웃더라고요. 일종의 전략!”(김준호)
1차 권법들이 성공한 가운데 요즘 ‘꺾기도’ 팀은 조선 세종시대 집현전의 학자들처럼 언어 연구에 한창이다.
사부님 김준호는 “사실 ‘다람쥐’ ‘까불이’같이 이미지와 동작이 귀여운 단어를 찾기가 힘들다. 그래도 몇 가지 더 추가할 예정”이라며 업그레이드 버전의 ‘꺾기도’를 예고했다.
“‘꺾기도’는 진화합니다. 앞으로 ‘슬픈 다람쥐’ ‘기쁜 다람쥐’ ‘놀란 다람쥐’ 등 여러 상황에 맞는 표현이 나올 겁니다. 또 어미만 꺾는 것이 아니라 문장 중간에서 빨리 말 꺾기를 할 거예요. 공황 상태에 더 빠지겠죠? 순수한 마음으로 ‘꺾기도’가 진화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 감사∼마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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