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풍경이 한 화면에 차례로 펼쳐진다. 계절의 변화만 아니라 인생의 사계까지 오롯이 담겨 있다. 한국화가 오용길 씨(66)의 ‘사계’란 작품이다. 길이 약 6m에 이르는 대작엔 삶과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과 철학이 원숙한 기량으로 버무려져 있다.
시류를 좇기보다 동양회화의 정통성을 우직하게 추구해 온 그가 전통의 정신으로 그린 현대적 감각의 풍경을 선보인다. 27일∼4월 3일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100호부터 1000호까지 대작 28점을 발표하는 것. 그는 즐겨 그려온 봄꽃 풍경, 주왕산 설악산 등의 웅장한 경관, 도회지의 일상 풍경을 내놓으며 “내 그림을 고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하는 일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초부터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표정을 수묵담채로 구현해 온 작업의 연장선에 놓인 작품들이다. 평론가 김상철 교수는 “색채는 화려하지만 수묵은 엄격하고 단호하여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담아내는 계절의 향기는 독보적”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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