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지교를 꿈꾸며]첼리스트 송영훈 - 피아니스트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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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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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와 첼로 ‘30년 앙상블’ 쇼팽을 빚다

서울 청계천변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김정원 씨(왼쪽)와 첼리스트 송영훈 씨. 경희대 교수인 두 사람은 “요즘 아이들은 연습할 때도수시로 카카오톡을 들여다본다”면서 “음악은 하는 대로 나오는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 청계천변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김정원 씨(왼쪽)와 첼리스트 송영훈 씨. 경희대 교수인 두 사람은 “요즘 아이들은 연습할 때도수시로 카카오톡을 들여다본다”면서 “음악은 하는 대로 나오는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약 30년 전 예원학교 입학식에서였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소년은 재학생 대표로 첼로를 연주하는 한 선배를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펄럭이는 롱코트와 흰색 첼로 케이스가 눈부셨다. ‘열심히 해서 저 형이랑 꼭 함께 연주해야지!’

첼리스트 송영훈 씨(38)와 피아니스트 김정원 씨(37) 이야기다.

“보통 한 해 선배가 가장 무서운데, 형은 유일하게 안 무서운 선배였어요.(웃음) 큰형 같을 때도 있고 친구처럼 편안하기도 했고요.”(김)

“정원이는 꼬마 때부터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책임감이 투철했어요. 재주만 믿고 게을리할 법도 한데 언제나 노력했죠. 배울 점이 많은 후배였어요.”(송)

금세 친해진 이들은 서로의 집을 오가며 함께 연습했다. 송, 김 씨는 각각 미국과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났을 때도 꾸준히 만남을 이어갔다. 서로 공부한 작품들을 함께 맞춰봤고 정보도 공유했다.

이들은 2003년부터 김상진(비올라) 김수빈 씨(바이올린)와 남성 4인조 ‘MIK(Made in Korea의 약칭)앙상블’을 결성해 매년 무대에 서고 있다. 언젠가 함께 연주할 거라는 막연한 예감이 현실로 이뤄진 것.

두 사람의 스타일은 대조적이다. 김 씨는 위험한 스포츠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연주를 앞두고는 예민해져서 수면장애도 생긴다. 반면에 송 씨는 아무데서나 잠시라도 잘 자고 연주하는 날에도 테니스를 치곤 했다.

MIK앙상블에서도 김정원 김수빈 씨가 ‘까칠한’ 쪽이라면 송영훈 김상진 씨는 ‘다독이는’ 쪽이다. 2005년 슬로바키아에서 MIK앙상블의 첫 음반을 녹음할 때였다. 김수빈 씨가 “체력이 소진됐다. 오늘은 더는 녹음을 못 하겠다”고 하자 김정원 씨가 “다들 지쳤지만 하기로 한 분량은 마쳐야 한다”면서 충돌했다. 송 씨가 나서서 “다른 곡을 먼저 해보자”고 분위기를 바꿔 무사히 녹음을 마쳤다.

“‘앙상블을 만들어 연주를 하자’는 목적을 정하고 뚝딱 만든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각자 영역을 쌓아나가며 지속적인 교류를 해온 사이라 오랜만에 만나도 호흡이 잘 맞아요.” (김)

“이제는 서로 아이디어를 냈는데 공감이 안 가면 ‘난 별로인데’라고 솔직하게 말해요. 무슨 얘기를 꺼내기가 미안하거나 어렵고 눈치 보지 않는 사이이기에 편하죠.”(송)

이들은 10일 부산, 11일 대구, 14일 서울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여럿이 함께하는 연주는 셀 수 없이 해봤지만 두 사람만 서는 무대는 이번이 처음. ‘쇼팽과 사랑에 빠지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2009년 ‘김정원과 친구들’ 공연이 계기가 된 연주회다. 당시 ‘친구들’ 중 하나였던 송 씨는 김 씨가 첼로를 위해 편곡한 쇼팽 에튀드를 협연하면서 홀딱 반했다. 이번에도 김 씨가 쇼팽의 작품을 첼로와 피아노의 구성으로 새롭게 편곡했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정원이가 직접 첼로를 위해 편곡을 했으니 뭐 더 말이 필요 없죠. ‘나는 평소에 많이 치니 형이 가져가라’면서 아름다운 멜로디를 다 양보해주네요. 처음으로 시도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어떤 연주회보다 설렙니다.”(송)

“어렸을 때 스스로 악기를 선택했다면 첼로를 골랐을 거예요. 학창 시절에 첼로를 동경하는 마음이 형에게 투사됐던 것 같아요. 쇼팽은 첼로를 무척 좋아한 작곡가였습니다. 편안하게 가기보다는 최고의 완성품을 만들자는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김)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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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11일 오후 5시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14일 오후 8시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만3000∼7만7000원. 02-2658-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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