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달빛아래… 아찔한 매화향기… 화가 송필용 씨 ‘달빛매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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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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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필용 씨의 ‘달빛매화 36-청매’. 이화익갤러리 제공
송필용 씨의 ‘달빛매화 36-청매’. 이화익갤러리 제공
매화 향기에 실려 온 아찔한 봄 향기가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은은한 달빛 아래 피어난 꽃송이들은 야단스럽거나 요염하지 않아서 한층 운치 있게 다가온다.

화가 송필용 씨(54)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리는 ‘달빛매화’전을 통해 오랜 풍파를 견딘 고매(古梅)의 격조 높은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우리 눈에 익숙한 묵향 가득한 매화가 아니라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그린 매화들은 전통적 묵매도의 형식과 접목되면서 신선한 매력을 풍긴다.

1989년 전남 담양에 작업실을 마련한 화가는 선암사와 섬진강가 등 주변 곳곳에 있는 오래된 매화나무를 20여 년간 관찰하면서 작업해왔다. 그림 속에서 옛 선비들이 아꼈던 매화의 정신성과 서양화법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진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짙은 붉은색과 청색 등 단색조 화면을 배경으로 청명한 달빛 아래 피어난 매화꽃에선 기품과 생명력이 흘러넘친다. 눈을 환하게 해주는 꽃들도 좋지만 힘차고 탄력 있는 붓질로 그려낸 거칠고 뒤틀린 나무둥치가 마음을 오래 사로잡는다. 수백 년 풍파를 건너온 나무의 역사가 오롯이 새겨진 큰 줄기와 여기서 구불구불 이어지는 잔가지의 대담한 조화에서 선비사상과 문인화를 연구해온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남도까지 여행하지 않고도 매화 향기 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7∼20일, 02-730-7818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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