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사람의 소박한 일상… 일곱가지 情이 북적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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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철 씨‘展示’ 전 혹은 ‘轉市’ 전

서울 통인시장에서 용인야채를 운영하는 소영례 씨의 좌우명은 ‘손해를 보더라도 베풀며 살자’는 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온 커다란 나무는 그가 지켜온, 아낌없이 주는 삶의 태도를 상징한다. 옥인정육점을 운영하는 김형옥 씨는 고기를 썰 때 말고는 붓글씨 쓰기에 매진해왔다. 그 일상은 차곡차곡 쌓아놓은 붓글씨 연습지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광주상회 주인 최경섭 씨는 심은 대로 거두는 땅의 정직함을 사랑한다. 그가 꿈꾸는 이상은 바닥에 뿌려진 흙과 열매로 표현돼 있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 쿤스트독 갤러리에서 2월 2일까지 열리는 정원철 씨의 ‘展示전 혹은 轉市전-일곱 개의 삶’은 시장 사람들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를 현대미술로 풀어낸 전시다. 작가는 지난해 9∼12월 통인시장에서 ‘꿈을 예술로! 오늘은 내가 쏜다!’라는 이름으로 열었던 일곱 차례 전시회를 하나로 합쳐 갤러리로 옮겨 놓았다.

청과물상과 식당주인 등 일곱 명의 소박한 일상으로 북적대는 전시장에선 시장 풍경이 그렇듯 사람 사는 온기와 끈끈한 정이 느껴진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같은 종이 상장이 하나 걸려 있다. 문구를 읽노라면 마음이 절로 따스해진다.

‘위 사람은 평소 내가 잘 살 수 있는 이유는 모두 다른 사람들의 덕임을 늘 감사히 여기며 늘 겸손하고 속 깊은 삶을 살고 있기에 이를 칭찬하여 상장을 줍니다.’

고미석 전문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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