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아이가 다가와 울고 있는 그의 등을 쓰다듬어 줬다. 대단치도 않은 색종이나 딱풀 하나에도 신기해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모습에 괜스레 눈물이 난 터였다. 라오스에서는 다른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실례다. 예뻐하는 마음에 머리로 향하는 손길을 거두고, 아이들 등을 몇 번 쓰다듬어 주었더니 금세 배웠나 보다. 해맑게 웃는 아이들이 그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대한민국’을 외치고 박수를 쳐댔다. ‘곰 세 마리’ 노래와 함께 가르쳐 준 것이었다. 봉사하러 온 자신을 오히려 걱정해주는 그 마음에 가슴이 더 아렸다.
사실 그의 삶도 녹록지 않다. 대학교 1학년 때는 단돈 1000원을 쓰는 것에도 손이 벌벌 떨렸다. 휴대전화 사용료, 교통비, 식비, 토플 학원비뿐만 아니라 학자금 대출이자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지금까지 받은 학자금 대출만 700만 원이 넘는다. 지난해 1학기에는 차상위계층에 주는 장학금을 포함해 4개의 장학금을 받았지만, 여전히 등록금이 100만 원 정도 모자랐다.
만화책방, 전단 돌리기 등 줄곧 아르바이트를 2개씩 했다. 하지만 ‘아, 오늘 이자 100원 늘었네’라는 생각이 수시로 엄습해 왔다.
그래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아르바이트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을 쪼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했다. 얼마 전 셈을 해보니 재활원, 노인복지회관 등 대학교 입학 후 해 온,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봉사활동만 400시간이었다. 이번 해외봉사단도 4수 끝에 참가했다.
동병상련이었다. 자신이 어려우니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마음이 갔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돌봐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우울하기만 했던 그의 삶도 밝아졌다. 아이들이 ‘대한민국’ 박수를 쳐줬던 것처럼, 그들이 지어주는 작은 웃음 하나가 오히려 희망을 줬다. 한없이 작아 보였던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덜 가진 사람들이 믿을 만한 구석이라고는 배우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제는 우리보다 더 어렵고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도 교육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꿈이 됐다. 2주라는 짧은 시간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작은 첫걸음이다.
17일 오후, 아직 교실 문이 달리지 않은 복도 바닥에 앉아 잠시 더위를 피하던 김수인 씨(22·여·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사진)가 말했다.
“혹시 어제 밤하늘 봤어요? 시골에서 자랐다면 많이 봤겠지만, 별들이 그렇게 빼곡히 박힌 하늘은 처음 봤어요. 가족여행으로 와 엄마, 아빠랑 함께 보는 것이었다면…. 너무 예쁜데, 나만 보니까…. 문자 보내려고 했는데, 문자도 안 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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