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tement]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아이스링크 ‘프러포즈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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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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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은반위 사랑고백에 여친의 언 마음 사르르

기자는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아이스링크를 찾아 프러포즈 이벤트를 체험했다. 호텔 아이스링크는 스케이트를 타는 것 외에도 로맨틱한 공간에서 연인을 위한 이벤트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랜드하얏트호텔 제공
기자는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아이스링크를 찾아 프러포즈 이벤트를 체험했다. 호텔 아이스링크는 스케이트를 타는 것 외에도 로맨틱한 공간에서 연인을 위한 이벤트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랜드하얏트호텔 제공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겨울 스포츠는 스케이트다. 스키를 타려면 차를 차고 몇 시간씩 가야 하지만 스케이트는 도심에서도 즐길 수 있다. 특히 호텔의 아이스링크에서는 스케이트만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감미로운 프러포즈 이벤트를 할 수도 있다.

‘너무 요란스러워서 역효과가 나는 것은 아닐까.’

‘구경꾼들 때문에 창피하진 않을까.’

한번쯤 용기를 내보고는 싶지만 이런 고민 때문에 망설이는 독자들을 위해 필자가 직접 체험을 해봤다. 최대한 실제상황에 가깝게 하기 위해 필자의 여자친구에게는 이벤트에 대해 사전에 귀띔을 하지 않았다.

한 달 전 처음으로 만나서 “기자들은 바빠서 만날 시간이 없다더라”며 교제를 망설이는 여자친구에게 필자는 “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안심시켰었다. 처음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자주 만났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자 여자친구도 슬슬 화가 난 상태였다. 토요일인 14일 “도심 속 아이스링크를 취재하는데, 같이 바람이나 쐬자”며 여자친구와 함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로 향했다.

‘여기까지 와서 취재야?’

14일 오후 9시 아이스링크는 연인과 가족들로 붐볐다. 호텔 관계자를 만나 아이스링크에 관한 이런저런 사실을 물어보며 취재를 시작했다. 여자친구는 아주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이럴 거면 왜 같이 왔느냐’는 속마음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얏트호텔 아이스링크는 남산 자락에 있어 높이 솟은 강남의 마천루, 한남대교를 오가는 자동차들의 불빛, 한강을 가로지르는 유람선 등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한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듯한 분위기다. 주변에는 주홍빛 트리가 감미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이런 곳에서 취재하는 남자친구의 뒤나 쫓아다니는 일에 흥이 날 리 없었다.

오후 10시 영업시간이 끝나자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두 사람만 빼 놓고는.

여자친구는 마침내 폭발했다.

“오늘 만나자고 한 목적이 뭐야, 기자는 원래 이래?”

텅 빈 아이스링크에서 이런 저런 말로 여자친구를 달래는 사이 호텔 직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아이스링크 가운데에 조그만 탁자 하나와 의자 두 개, 스탠딩 마이크를 설치했다. 환하게 비추던 조명도 모두 껐다. 가운데 탁자에 흰 조명만 비추고 있었다. 마침내 필자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음악도 조명도 원하는 걸로
“준비 됐습니다.”

사실 아이스링크 취재는 좀 더 극적인 이벤트를 위한 ‘사전 장치’였다. 뾰로통한 여자친구를 아이스링크에 홀로 남겨둔 채 관재실에 들러 조명과 음악을 선택했다.

옆에 있던 관재실 직원은 “원래 이곳에 이벤트를 하러 오는 남성들 대부분이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다. 관재실에는 국내외의 이름 난 멜로음악 30여 곡이 준비돼 있었다. 조명도 이벤트 하는 사람이 원하는 정도로 불빛을 조절할 수 있었다. 어두운 빙판 위에 조명으로 이니셜을 새길 수도 있었다. 이런 막후 준비 작업에는 20분 정도가 걸렸다.

마침내 이벤트가 시작됐다.

먼저 음악이 흘러나왔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의 주제곡 ‘All you need is Love’.

여자친구와 탁자를 향해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꺼져 있던 수만 개의 꼬마전구에도 차례차례 불이 들어왔다. 탁자는 하트 조명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곳에 다다르자 트리에 모든 불이 들어왔다. 주위는 온통 주홍빛이었다.

여자친구를 의자에 앉힌 필자는 마이크 앞에서 준비해둔 편지를 읽었다. 이런 저런 내용이 많았지만 주제는 하나. ‘일찍 일찍 다닐게.’

호텔 객실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창문을 열고 내다봤다. 아이스링크 옆을 지나던 사람들은 “더 크게”라고 외쳤다. 저마다 스마트폰 사진기로 이 모습을 찍고 있었다. 동물원 속 동물이 된 심정이었다. 매우 추운 날씨였음에도 긴장한 탓인지 손에 땀이 났다. 어떻게 편지를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편지를 다 읽은 기자는 준비해 둔 꽃다발과 케이크를 건넸다. 여자친구의 눈은 붉게 물들어갔다.

여자친구가 다시 기자를 노려봤다. 하지만 30분 전 서운함 가득했던 눈빛과는 분명히 다른 눈빛이었다.

■ 워커힐호텔 아이스링크서도 프러포즈 이벤트

그랜드하얏트호텔 아이스링크는 12월 3일부터 다음 해 2월 말까지 연다. 입장료는 청소년과 어른에 관계없이 주중에 2만1000원, 주말과 공휴일 2만5000원이다. 스케이트 대여료는 1만7000원. 요일별 이벤트도 있다. 월요일에 아이스링크를 찾는 남녀 커플은 입장료와 스케이트 대여료를 반값에 이용할 수 있다.

화요일은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스케이트를 무료로 빌려준다. 수요일에 찾는 남녀 커플은 핫초콜릿 1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프러포즈 이벤트는 선택사항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기본 60만 원부터 최대 100만 원까지다.

워커힐호텔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다. ‘프러포즈 온 아이스’라는 프러포즈 이벤트가 그것. 은은한 조명과 로맨틱한 음악 아래서 연인에게 사랑고백을 할 수 있다. 프러포즈용 플라워 부케와 아이링크 스낵 메뉴, 따뜻한 드링크가 준비되며 둘만의 파티룸도 제공된다. 가격은 주중 50만 원, 주말 60만 원. 워커힐 아이스링크는 최대 500여 명까지 수용 가능한 대형 아이스링크다.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금요일과 토요일은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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