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인연, 페이스북으로 만나요”

  • 동아일보

스님들 일상 상담 호응

‘똑, 똑, 똑…’ 목탁 두드리는 소리와 예불 소리는 오랫동안 사찰의 청각적 이미지였다.

요즘 여기에 타닥타닥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추가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페이스북을 쓰는 스님들이 부쩍 늘었다. 불경의 좋은 글귀를 올리기도 하고 재가불자들의 일상을 상담해 주기도 한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 묘장 스님은 지난해 가을부터 페이스북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1년여 동안 스마트폰과 PC로 페이스북을 이용해온 그는 페이스북을 ‘연(緣)’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전생부터 내려오는 수많은 인연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습니다. 물리적 거리 탓에 금생에 못 만나고 마는데 페이스북 같은 망을 통해 서너 번 생을 거쳐도 만나지 못할 많은 인연을 만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는 페이스북의 공감(‘좋아요’) 기능에도 주목한다. “다른 인터넷 공간에 상처를 입히고 싸움을 부추기는 악성댓글이 넘쳐나는 것과 달리 익명성이 적은 페이스북은 서로를 북돋워 주는 긍정적인 댓글이 많다. 평화와 긍정의 세상인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페이스북에 입문해 2000여 명의 ‘페북 친구’를 둔 한국명상치료학회장 인경 스님은 ‘담벼락’ 기능을 ‘거울의 방’에 비유했다. 그는 “화엄사상의 법계연기(法界緣起)로 보자면 페이스북은 거울방에 가깝다”며 “그 방에 들어가면 이쪽 거울이 저쪽 거울을 비추고 다시 다른 거울에 그 상이 맺히는 것이 무한히 반복된다. 자신의 페이지에 글을 올리면 친구의 담벼락에 글이 올라가는 것은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의 불교 교리를 현실화해 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깊이와의 단절에 대해선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인경 스님은 “이 안에서는 타인의 눈을 통해서만 자신을 보게 되기 때문에 너무 몰입하면 참된 자기를 찾는 데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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