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슬림, 심플, 도발… 청담동 클러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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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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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스튜어트뉴욕 미국 촬영 현장의 메시지
Active! 도시 남녀의 머스트해브 패션 예감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남성 패션 브랜드인 질스튜어트뉴욕은 여성이 입어도 멋지다. 라이더 재킷을 입은 세계적인 모델 프레야 베하 에리크센(왼쪽)과 클레망 샤베르노가 같은 옷을 입은 서로를 발견하고 질투하는 포즈를 취했다. 질스튜어트뉴욕 제공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남성 패션 브랜드인 질스튜어트뉴욕은 여성이 입어도 멋지다. 라이더 재킷을 입은 세계적인 모델 프레야 베하 에리크센(왼쪽)과 클레망 샤베르노가 같은 옷을 입은 서로를 발견하고 질투하는 포즈를 취했다. 질스튜어트뉴욕 제공
“웃지 말아요, 좀 더 강한 표정으로(No smile, stronger)!”

7월 21일, 미국 뉴욕 첼시 지역에 있는 ‘피어 59 스튜디오’의 9번 스튜디오에 사진작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세계적인 톱 모델인 프레야 베하 에리크센(여)과 클레망 샤베르노가 서로를 노려봤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 그들이 입은 옷은 ‘질스튜어트뉴욕’의 똑같은 검은색 라이더 재킷. 같은 옷을 입은 두 남녀가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 뒤 못마땅한 표정으로 서로를 흘겨보는 설정이었다.

질스튜어트의 새 남성 컨템포러리(동시대 유행을 앞서는 스타일)브랜드인 질스튜어트뉴욕은 그런 브랜드다. 슬림하고 심플한 스타일로, 젊고 세련된 남성에게 어울린다. 여성이 입으면 보이시한 매력을 풍긴다. 낯설지는 않다. 질스튜어트뉴욕을 입은 그들의 분위기는 청담동 클럽을 즐기는 남성들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최고들이 만나다

스튜디오 안의 공기는 유쾌하면서도 팽팽했다. 질스튜어트뉴욕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대니얼 잭슨은 중간 중간 “멋져요(Great), 아름다워요(Beautiful)”라고 칭찬을 해 가며 톱 모델들에게 포즈와 연기를 주문했다. 그는 원하는 느낌이 살아나는 순간을 날카롭게 잡아냈다.

생각했던 분위기가 나오지 않으면 잠시 촬영을 중단하고 바닥에 일자로 드러누워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채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는 촬영 현장을 지휘하고 오직 카메라 셔터만 누를 뿐이었다. 카메라 위치를 옮기고 렌즈를 교환하거나 촬영한 사진을 즉시 보정하는 작업은 모두 어시스턴트의 몫이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내내 스피커에서는 부드럽고, 때로는 경쾌한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에리크센의 아이팟에서 나오는 노래들이었다. 화보 촬영을 할 때는 사진작가가 원하는 음악을 트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에리크센이 평소 듣던 음악을 틀어준 것이다. 덴마크 출신에 키 178cm인 그녀는 중성적이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뿜어냈다.

촬영을 잠깐 멈춘 사이 농담을 건네며 긴장을 풀고 있는 클레망 샤베르노(왼쪽)와 프레야 베하 에리크센. 쉬는 시간에는 장난꾸러기 같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이들의 눈빛은 날카로워진다. 질스튜어트뉴욕 제공
촬영을 잠깐 멈춘 사이 농담을 건네며 긴장을 풀고 있는 클레망 샤베르노(왼쪽)와 프레야 베하 에리크센. 쉬는 시간에는 장난꾸러기 같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이들의 눈빛은 날카로워진다. 질스튜어트뉴욕 제공
글로벌 모델정보 사이트인 모델스닷컴에 따르면 현재 그녀의 세계 랭킹은 2위. 루이뷔통, 샤넬, 오스카 드 라 렌타, 몽클레르 등 패션계를 거침없이 누비고 있다. 그녀는 미국 록밴드 ‘밴드 오브 호시스(Band of Horses)’의 감미로운 노래인 ‘유령이 있는 걸까(Is there a ghost)’ 등을 따라 부르며 온몸으로 리듬을 탔다. 고개를 좌우로 까딱까딱 흔들고 두 손으로 무릎을 두드리는가 하면 때론 팔짝팔짝 뛰며 춤췄다. 클럽에서 파티를 즐기는 것 같았다. 그러다 촬영이 시작되면 바로 포즈를 취한다. 촬영이 끝나면 다시 몸을 흔들었다.

프랑스인인 샤베르노(186cm)는 모델스닷컴에서 세계 랭킹이 4위다. 구치, 프라다, 페라가모, 휴고보스 등의 런웨이를 휩쓸고 있다. 오뚝한 콧날에 장난기 있는 얼굴이 매력적인 그는 신경이 한껏 곤두 서 있는 스태프들에게 종종 이야기를 건네며 긴장을 누그러뜨렸다. 한국에서 온 스태프에게는 “저 한국에서 지낸 적이 있어요. 서래마을에서 살았죠”라며 인사를 건넸다(물론 영어로!). 화보 콘셉트가 남녀가 서로 대립하는 내용인 만큼 나쁜 남자처럼 보여야 한다고 주문하자 “아, 나는 너무 착한 남자여서 못되게 구는 게 힘들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눈매가 선해 보이는 그는 카메라 앞에 서면 요구하는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표현해 내며 포스를 발산했다.

직선을 활용해 심플하면서도 딱 떨어지는 느낌을 주는 질스튜어트뉴욕 작품들.
직선을 활용해 심플하면서도 딱 떨어지는 느낌을 주는 질스튜어트뉴욕 작품들.
여자가 질투하는 남자 옷

샤베르노가 자주색 스웨터를 입고 목에 남색 스웨터를 목도리처럼 둘렀다. 같은 종류의 스웨터를 이렇게 연출하니 색다르면서도 잘 어울렸다. 에리크센은 황토색 스웨터를 원피스처럼 입고 검은색 스타킹을 신었다. 색이 튀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고 예뻤다. 세 벌의 스웨터는 색상만 다를 뿐 디자인은 같다. 에리크센이 샤베르노의 옷을 잡아끌며 째려본다. “이건 뭐야(What’s this)?”라고 못마땅해하며. 같은 대사를 20번 이상 반복한 후 이 스타일에 대한 촬영이 끝났다.

이번에는 목에 털이 달린 감색 투톤의 재킷을 입은 샤베르노와 짙은 청색 재킷을 입은 에리크센이 또 맞섰다, 역시 비슷한 옷을 입은 서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에리크센이 외친다. “뭘 봐(What are you staring at)?” 샤베르노가 무표정하게 답한다. “네 옷(Your Clothes).”

지나가다 어깨를 부딪치는 동작 역시 20번 이상 되풀이했다.

몸 전체의 선이 살아나는 슬림한 디자인의 검은색 재킷도 두 사람 모두에게 어울렸다. 검은색 조끼를 입고 나비넥타이를 맨 그들은 이번에야 비로소 몸을 밀착했다. 샤베르노는 에리크센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에리크센은 상반신을 약간 뒤로 뒤틀어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질스튜어트뉴욕은 여성이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련되고 강해 보였다. 때론 가느다란 실루엣을 통해 얼핏얼핏 느껴지는 여성스러움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스튜디오 밖에서는 남성 스태프가 재봉틀을 놓고 모델의 몸에 맞게 옷을 조정하고 있었다. 핀으로 품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재봉틀로 아예 옷을 수선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틈틈이 휴대전화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발레 공연이었다.

규모별로 다양한 크기의 여러 스튜디오로 구성된 대형 빌딩인 ‘피어 59 스튜디오’에서는 층별로 여러 스튜디오에서 쉴 새 없이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질스튜어트뉴욕의 화보를 촬영하고 있는 스튜디오의 오른쪽에 있는 10번 스튜디오에서는 무용수 분장을 한 여성 모델들이 일렬로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8번 스튜디오에서도 모델과 스태프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오후 2시가 넘어가자 스태프와 모델들이 접시를 든 채 서서 식사를 하거나 복도 창가에서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모습도 보였다. 스튜디오마다 뷔페식으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다. 시간이 돈인 만큼 식사도 스튜디오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에리크센은 야채를 한 접시 가득 담은 채 포크를 들고 복도로 나간 뒤 깨끗이 비우고 돌아왔다. 샤베르노는 스튜디오 내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뒤 야채는 물론 고기와 라자냐까지 듬뿍 담아 두 접시를 남김없이 먹었다. 음식과 빈 접시, 컵 등이 담긴 2층짜리 카트를 밀고 복도를 내달리는 직원들의 입에서는 “실례합니다(Excuse me)”가 터져 나왔다. 거대한 공장이 돌아가는 것 같았다.

강남 클러버룩 분위기

질스튜어트뉴욕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깔끔하고 슬림한 실루엣은 청담동 클럽을 자주 찾는 남성들의 스타일인 이른바 ‘청담동 클러버룩’을 연상시킨다. 청담동을 비롯해 서울 강남 지역의 유명 클럽인 ‘에덴’이나 ‘엘루이’, ‘엔서’ 등에서 질스튜어트뉴욕과 비슷한 스타일로 옷을 입은 남성들을 볼 수 있다. 클럽별로 분위기가 조금씩 다른 만큼 크러버들의 스타일도 약간씩은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은 있다. 심플하면서도 딱 떨어진다는 것이다. 셔츠(또는 티셔츠)와 바지의 핏(fit)을 중요시해 남는 공간 없이 몸에 맞게 입는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럽다. 절대 요란하거나 과하지 않다. 세미 정장식으로 재킷을 입더라도 안에는 티셔츠나 얇은 니트를 가볍게 받쳐 입는 정도다. 시계나 목걸이, 팔찌로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파티가 열리는 날에는 스카프나 조끼 같은 아이템을 하나쯤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스타일은 세련됐지만 몸을 움직이기에는 편해야 한다. 그래야 클럽의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얼핏 보면 화려하지도 않고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단순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멋이 난다.

질스튜어트뉴욕은 장식이나 화려한 무늬는 배제하고 소재의 질감과 라인을 최대한 살려 디자인했다. 차분한 색상을 많이 사용했지만 지루하지 않다. 디자인은 젊고 발랄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단순함 속에서 현대적인 느낌을 깔끔하게 표현해 낸다.

뉴욕=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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