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세대 넘나든 건반의 감동, 청중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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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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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
오프닝 콘서트 기획력 ★★★★★ 연주 완성도 ★★★★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을 연주해 청중을 한껏 몰입시킨 1세대 피아니스트 한동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을 연주해 청중을 한껏 몰입시킨 1세대 피아니스트 한동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지금껏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이벤트가 기획됐다는 소식에 애호가들은 오래전부터 지대한 호기심을 보여왔다. 국내에서 가장 널리 연주되는 악기인 피아노의, 피아노를 위한, 피아노에 의한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이다. 거장급 피아니스트 12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대한민국 1세대 피아니스트인 한동일(70)부터 가장 젊은 조성진(17)까지, 우리 피아노계를 이끌어온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역사적인 페스티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기 수원에 자리 잡은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13일부터 8일 동안 펼쳐지는 이 페스티벌은 오프닝과 피날레 콘서트 및 리사이틀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선생과 제자가 만나는 마스터클래스, 연주자가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토크 투 피아노’, 음악해설이 있는 강좌 ‘피아노 온 스크린’ 등 연주자와 감상자의 상호 교류라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담겼다.

이 페스티벌의 개막 연주회인 오프닝 콘서트가 13일 행복한대극장에서 열렸다. 만석을 이룬 이날의 첫 곡은 모차르트의 세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신수정 이경숙 김대진(지휘)이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 세 대의 피아노는 마치 하나의 악기에서 나는 소리처럼 앙상블을 이루며 모차르트의 아름다움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어 손열음이 선보인 레퍼토리는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서 그의 출중한 비르투오시티(거장성)와 열정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그는 도입부부터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동시에 감각적인 프레이징에 다채로운 표정을 실어 작품을 자신만의 영역으로 끌어당기고자 했다. 앞으로 그에게 음악의 구조적인 발전에 대한 균형감이 더해진다면 훌륭한 리스트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할 재목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연주였다.

2부에서 한동일이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은 단연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순수하면서도 강인함이 느껴지는 톤으로 시작하는 솔로 도입부부터 그의 리리시즘(예술적 표현의 서정성)과 정련된 연주기법은 시종일관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원숙함을 머금은 거장성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예술의 경지가 그의 손끝에서 배어나왔다.

신구세대 연주자가 함께 등장하여 끈끈한 사제의 정과 음악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던 이 오프닝 콘서트에서 음악 이상의 감동을 가슴에 안고 돌아갈 수 있었다. 이 페스티벌이 스위스의 베르비에 페스티벌을 능가하는 세계 문화상품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

:i: 16일 백혜선 리사이틀, 18일 조성진 리사이틀, 19일 피스 콘서트(이상 경기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 20일 피날레 파크 콘서트(수원야외음악당). 1만∼4만원. 031-230-3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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