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대 긴 앙코르… 소극장 장기공연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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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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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공연기획자들의 꿈이라면? 무엇보다 ‘롱런’하는 작품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용극장을 갖추고 무기한 공연(오픈런)을 펼칠 수 있는 작품을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장기공연이 가능한 레퍼토리 작품을 매번 개발해 올릴 수만 있다면 더 큰 욕심을 낼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작품으로는 많은 관객이 ‘난타’와 ‘점프’로 대표되는 넌버벌 공연을 떠올린다. ‘오페라의 유령’ ‘그리스’ ‘맘마미아’ ‘지킬 앤 하이드’ ‘명성황후’처럼 여러 차례 공연되는 대형뮤지컬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서울 대학로 기획자들에게 유감스럽게도 이들 작품 대부분은 대학로 밖 공연이다. 그러나 대학로 토박이 공연 중에서도 ‘오래된 장맛’의 꿈을 이뤄가는 장기공연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주 대학로 상상아트홀에서 무기한 공연에 들어간 ‘품바’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장수공연. 2001년 작고한 김시라 씨가 전남 무안 걸인촌에서 거지 왕초 천장근 씨를 만난 계기로 탄생한 모노드라마다. 일제강점기부터 전국을 떠돌던 걸인이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로 시작하는 ‘해방가’ 등 20여 곡의 구전민요를 곁들인 걸쭉한 입담으로 세상을 야유하고 풍자한다.

1981년 전남 무안군 일로면 공회당에서 1대 품바 정규수 씨의 공연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입소문을 타고 서울에 입성했다. 1991년부터 대학로에 전용 둥지를 마련하고 3년여 장기공연을 펼쳤던 이 작품은 이후 레퍼토리 공연으로 맥을 이어오다 지난해 5000회 공연을 돌파했다. 정규수 정승호 박해미 최종원 박철민 등 역대 품바만 18명에 이른다.

올해 다시 전용극장에서 무기한 공연에 들어가면서 김시라 씨의 부인 박재정 씨의 각색을 거친 뒤 천장근 1명만 나오던 각설이가 다섯으로 늘었다. 박 씨는 “배우 한 명의 재담에만 의존하다 보니 외국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어 등장인물을 늘려 극적 구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김시라 씨의 친딸인 김추리 씨도 출연한다. 2만∼3만 원. 02-747-7491

‘품바’와 닮은꼴 공연인 ‘염쟁이 유씨’도 대학로 이랑씨어터에서 무기한 공연 중이다. 2004년 충북 청주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시신을 염하는 유씨란 등장인물 한 명이 1인 15역을 소화하며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모노드라마.


작가 김인경 씨가 배우 유순웅 씨에게 헌정한 이 공연은 전국순회공연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2005년 대학로에 입성해 누적관객 22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유순웅 임형택 정석용 3명의 배우가 번갈아 출연하며 전국순회공연도 병행하고 있어 올해 안에 1800회 공연을 돌파할 예정이다. 3만 원. 02-3676-3676

2003년 초연돼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수상했던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2005년 대학로에 100석 규모 전용극장을 마련한 뒤 쉼 없이 달려 올해 4월 4000회(지방공연 포함)를 돌파했다. 누적관객도 30만 명을 넘어섰다. 30년간 동네 세탁소를 지켜온 강태국 씨네 세탁소를 무대로 소시민들의 애환을 웃음과 눈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지난해에는 서울 강남의 공연장까지 공략하며 ‘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과시하고 있다. 1만5000원. 02-3673-0888

대학로를 벗어나지만 서울 청담동 유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는 올해 5월 10주년을 맞았다. 2001년 이곳에서 초연된 뒤 레퍼토리 공연으로 거의 매년 관객을 찾으며 2300회 공연에 70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일곱 난쟁이 중 말 못하는 막내 난쟁이 반달이가 짝사랑하는 백설공주를 위해 헌신적 사랑을 펼치다 끝내 속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숨을 거둔다는 내용으로 어린이뿐 아니라 여성관객의 마음을 10년째 빼앗고 있다. 10년 전 관람료 1만5000원에 볼 수 있다. 02-556-5910

대학로 예술마당 1관과 2관에서 나란히 장기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올해로 각각 5주년과 6주년을 맞이한 신흥 장수공연이다. 2006년 초연 후 거의 쉬지 않고 공연된 ‘김종욱 찾기’는 벌써 2000여 회가 넘는 공연에 40여만 관객을 빨아들였다. 지난해 영화화 이후 일본과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다.

2005년 초연된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같은 장유정 작가의 작품인 ‘김종욱 찾기’의 그늘에 가려있지만 레퍼토리 공연으로 7년간 15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이고 있다. 공연 후 만족도나 평단의 평가는 ‘김종욱 찾기’를 능가한다. 김종욱 찾기 4만5000원. 오! 당신… 4만 원. 02-501-7888

번역극으로는 1999년 초연 이후 13년째 오픈런 공연을 펼치며 200만 관객몰이를 자랑하는 ‘라이어’ 시리즈와 지난해부터 라이어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인터파크 티켓예매 1위를 고수하는 ‘보잉보잉’ 시리즈(2002년 초연 이후 누적관객 100만 명)가 대표적이다. 대학로 흥행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이 두 작품을 능가할 창작공연이 도래할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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