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개그맨 김경진 “이래뵈두 언젠간 박명수 사장 넘는게 꿈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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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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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그룹 결성한 개그맨 김경진

‘거성엔터’ 1호 연예인 김경진(오른쪽)은후배 개그맨 이정규와 힙합그룹 ‘원 헌드레드’를 결성했다. 빈티나는 외모가 불만인 두 남자는 “다음 생에는 ‘포스(force)’ 넘치는 장동건, 차승원 얼굴로 태어나고 싶다”며 야무진 바람을 전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거성엔터’ 1호 연예인 김경진(오른쪽)은
후배 개그맨 이정규와 힙합그룹 ‘원 헌드레드’를 결성했다. 빈티나는 외모가 불만인 두 남자는 “다음 생에는 ‘포스(force)’ 넘치는 장동건, 차승원 얼굴로 태어나고 싶다”며 야무진 바람을 전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박명수 사장요? ‘깔창’이죠. 깔창! 언젠가 밟고 일어서야죠.”

개그맨 박명수(41)의 ‘안티 팬’이 한 말이 아니다.

박명수가 사장으로 앉은 거성엔터테인먼트 소속 1호 연예인 김경진(28·개그맨)이 한 능청스러운 답변이다.

‘김경진에게 박명수는 어떤 의미인가?’라고 질문하자, 김경진은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내 특유의 미소를 흘리며 ‘사장님 나빠요’식의 폭로 개그를 이어갔다.

“제가 40만 원짜리 차를 끌고 다니다가 4만 원짜리 벌금 딱지 끊은 적이 있어요. 그걸 박명수 사장이 보고 가슴이 아프다며 저를 거둬줬어요. 30만 원에 3년 전속 계약을 맺었어요. 노예 계약이죠.”

톱스타 박명수가 뒤를 봐준다지만 김경진에게는 매니저도 스타일리스트도 없다. 박명수가 펑크 낸 스케줄도 대신 뛴다. 소속사에 단 한 명뿐인 매니저는 박명수에게 일정이 있을 때는 김경진과 동행하지 않는다. 이번 인터뷰도 소속사에서 거절한 걸 그가 “꼭 하고 싶다”며 기자에게 2번이나 전화해 성사시켰다.

“거성엔터테인먼트는 사무실도 없어요. 이런 유령 소속사에서 나가고 싶어서 ‘TN엔터’ 토니 안 사장에게 스카우트해 달라고 했는데, 안 받아주더군요.(웃음)”

김경진은 시종일관 박명수의 무심한 ‘방임형’ 연예인 관리가 불만스러운 듯 말했지만 은근슬쩍 박명수 편을 들기도 했다.

“더운 날 녹화하고 있으면 ‘물 많이 먹어, 더워’라며 챙겨줘요. 이번에 ‘무한도전’ 조정특집 때도 ‘빨리 오라’고 재촉했는데, 제가 녹화 중이라 ‘바빠요. 못 가요. 저도 소신이라는 게 있어요!’라며 거절했죠. 헤헤헤.”

두 사람이 늘 티격태격하는 건 아니었다. 김경진의 표현대로라면 “서로 마구 대하면서 편한 선후배 관계”다.

‘개그맨 가수’ 박명수가 닦아온 길을 밟듯 김경진은 후배 개그맨 이정규(25)와 힙합 그룹을 결성했다. 이름은 ‘원 헌드레드’다.

행사 100개를 목표로 한 노골적인 팀 이름이다. 뽀글뽀글한 단발머리와 근육 없는 초라한 상반신을 노출하는 콘셉트가 과연 개그맨다웠다.

파트너 이정규는 Mnet의 ‘슈퍼스타K 시즌2’에 출연해 가창력을 인정받은 ‘비장의 카드’다.

그러고 보니 개그맨 유세윤이 속한 그룹 ‘UV’와 닮았다. 이정규는 “‘원 헌드레드’는 UV를 신봉하는 그룹”이라며 “그들이 뽀로로 문신을 하면, 우린 케로로 문신을 한다”고 말했다.

두 남자는 인기 애니메이션 주인공 ‘케로로’ 사진을 보여주며 부산을 떨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곡 ‘홍대 마케팅’, ‘유성매직 수성매직’도 수다스럽게 소개했다.

김경진은 “자비로 음반 준비 중”이라며 “타이틀곡 ‘솔로 마스터’는 음원 등록도 직접 해야 하는 데 돈이 없어서 아직…”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솔로마스터’는 애인 없는 남자의 애환을 담은 자전적인 곡이다. 두 남자에게 ‘마지막 연애’에 대해 물었다.

중학생 때 펜팔이 마지막이라는 김경진에 비해 이정규는 “제가 ‘치매남’(치명적 매력남)”이라며 “몇 년간 여자를 돌같이 보며 절제하고 있다”고 으스댔다.

김경진도 질세라 “티아라 지연 씨가 저를 이상형이라고 했지만, 너무 친해질까봐 전화번호를 안받았다”며 “수영선수 정다래 씨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안 만났다”고 자랑했다.

‘원 헌드레드’의 최종 목표는 ‘원 사우전드’ 듀오다. 죽을힘을 다해 행사 1000개를 해보겠다는 것.

사실 김경진은 2007년 MBC 공채 16기 수석 개그맨이다. 핑크빛 미래가 펼쳐지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무대에 오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는 2년간 좁은 고시원에 처박혀 가난과 싸우며 고생했다. 그런 그이기에 어떤 어려움이 와도 버텨낼 자신이 있다고 한다.

“우울증까지 오더군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 대전 집에 가려는데 차비 8000원이 없는 거예요. 단돈 8000원이…. 정말 슬펐어요. 하지만 그때 안 가길 잘했죠.”

김경진은 마지막 각오에서도 ‘선배’ 박명수를 언급했다.

“박 사장이 ‘개그맨은 레퍼토리’라고 해요. 레퍼토리가 없으면 생명이 짧다는 거죠. 박 사장도 처음 음반을 내고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러나 ‘이걸로 20년 개그맨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대요. 저도 믿어요. 제 도전이 가치 있다는 걸.”

이유나 동아닷컴 기자 lyn@donga.com 
한민경 동아닷컴 기자 mk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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