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가난에 짓눌린 여고동창 4명 출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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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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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매기의 추억’
대본 ★★★★ 연기 ★★★★ 연출 ★★★☆ 무대 ★★★

연극 ‘매기의 추억’의 등장인물들이 풋풋한 고교시절사진 속의 자신과 같은 포즈를 취하면서 당시와 지금의 괴리감이 드러난다.왼쪽부터 명자(박남희), 민자(송현서), 현선(김정영), 선민(서이숙). 극단 작은신화 제공
연극 ‘매기의 추억’의 등장인물들이 풋풋한 고교시절사진 속의 자신과 같은 포즈를 취하면서 당시와 지금의 괴리감이 드러난다.왼쪽부터 명자(박남희), 민자(송현서), 현선(김정영), 선민(서이숙). 극단 작은신화 제공
사십 줄에 들어선 여고 동창생 얘기라는 점에서 연극 ‘매기의 추억’(장성희 작·최용훈 연출)은 요즘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써니’와 닮았다. ‘써니’가 폭력서클 멤버 7명의 고교 시절 우정에 좀 더 비중을 둔 코믹물이라면 연극 ‘매기의 추억’은 꿈 많던 여고생들이 현실에 부딪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지금의 모습을 발가벗겨 우리 사회 양극화 세태를 꼬집는 풍자물이다. 사실적인 대사들과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에 옆집에서 일어난 일을 목격한 듯 생생하다.

여고 동창 네 명이 모교 발전기금을 모으는 바자회에 동원돼 고급 아파트에 사는 친구 성자의 집으로 몰려간다. 하지만 골프 치러 나간 친구 대신 가정부 연변댁(최현숙)만 집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거실에서 와인을 홀짝이며 수다를 떨다 점점 서로의 상처를 건드린다. 결국 감정이 폭발하며 까발려지는 이들의 삶은 겉모습과 달리 상처투성이다. 거기엔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이 깔려 있다.

현선(김정영)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간암으로 쓰러진 남편 뒷바라지에, 혼자 자식을 키우는 민자(송현서)는 자신의 항암 치료에, 명자(박남희)는 사업을 크게 벌였다가 쫄딱 망해 ‘빈민’으로 전락한 상태다. 대학 운동권 출신의 이상주의자 선민(서이숙)은 작은 입시학원을 운영하지만 대형 학원과의 경쟁에 밀려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는 정도다.

선민이 부르는 아바의 노래 ‘더 위너 테이크스 잇 올’의 가사는 점점 사회의 다수파가 되고 있는 ‘루저’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승자가 모든 걸 갖게 마련이죠. 패자는 왜소하게 서 있을 뿐.’ 이들의 삶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곧 죽어도 잘사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우리 사회 특유의 허위의식이다.

이들을 누가 구원할 것인가. 남편 잘 만나 부자가 된 성자가 될 것인가. “성자는 우릴 모른 척 안 할 거야. 성자는 우리를 구할 거야”라고 기대는 이들의 마지막 모습은 희망 없는 현실을 더 도드라지게 한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극단 작은신화 창단 25주년 기념공연 중 첫 작품. 6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정보소극장. 1만6000∼2만 원. 02-889-3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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