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시작된 ‘세시봉’ ‘7080’ 열풍이 이제는 전방위적인 ‘추억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TV에선 추억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잇따라 신설됐다. MBC와 OBS는 과거 스타들이 출연해 당시 에피소드를 나누는 ‘추억이 빛나는 밤에’와 ‘나는 전설이다’를 방영하고 있고, SBS라디오는 4월 개편에서 7080세대를 겨냥해 변진섭 이성미 구창모를 DJ로 기용했다. 이들에 비하면 햇병아리라고 할 H.O.T나 젝스키스, god 멤버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1세대 아이돌’ 시절의 에피소드를 나누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추억 소비 붐은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아이돌 일색의 문화에 지쳤거나 따라갈 수 없었던 사람들은 과거 열광했던 스타를 다시 만나고 예전에 느꼈던 그 감정을 떠올릴 수 있다.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도 “잊혀졌던 문화가 다시 나타나고 소비되는 건 특정 주류 문화만 존재하던 문화계가 세분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무분별한 추억 소비가 오히려 새로운 콘텐츠 생산을 막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복고 열풍에 편승해 예전 이야기와 음악만 곱씹다 또다시 잊히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과거 히트곡을 부른 ‘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의 음원이 음원 판매 차트 상위권을 휩쓸면서 “과거 노래가 현재 활동하는 가수들의 활동을 저해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예전 노래가 다시 인기를 끄는 것은 좋지만 역으로 신곡 발표에는 불리한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화가 꼭 새롭게 변해야 하는가” 하는 반박도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이글스는 평생 ‘호텔 캘리포니아’만 불렀다. 사람들은 그 시대의 노래와 이미지를 기억하고 소비하기 때문에 왕년의 스타들이 그 모습대로 나오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정체건 생산이건 아이돌 그룹이 주름잡던 대중문화계가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일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1980,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강인권 민해경 이치현 권인하가 ‘더 컬러스’란 팀을 결성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 따른 것이다.
7080 열풍에 힘입어 라디오 DJ로 돌아온 구창모도 신곡을 담은 새 앨범 작업에 돌입했다. “나를 되돌린 건 추억의 힘이지만 언제까지 추억만 붙잡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말했다. “팬들과 함께 늙어가며 한 문화를 공유하는 것도 좋지만 새롭게 음반을 내고 활동해야 (이 문화가)더 풍성해지고 이 세대 문화도 탄탄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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