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소리 들을만한 참가자 많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한동일 심사위원장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9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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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란 소리를 들을 만큼 실력이 출중한 참가자들이 많아요.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LG와 함께 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한동일 일본 히로시마 엘리자베스 대학교 객원교수(69)는 18일 심사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16개국 46명의 젊은 피아니스트가 참가한 이 대회는 12일 예선을 시작해 이날 준결선 진출자 12명을 확정하며 일정의 절반가량을 소화했다.

"심사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게 적지 않습니다.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몇몇 학생만 가능했던 곡을 대다수 참가자들이 어렵지 않게 연주해요. 기량 뿐 아니라 프로그램 선택도 탁월합니다."

심사위원단은 한 교수를 비롯한 국내 심사위원 3명, 해외 심사위원 8명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모두 유수의 국제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적이 있는 베테랑들이다. 그들이 보는 대회 수준은 어떨까.

"심사위원들이 모두들 '원더풀'이라고 말해요. 스케줄도 대단히 좋고 대회 운영도 깔끔합니다. 한 심사위원은 농담 삼아 '호텔 방에 샤워기만 있고 욕조가 없는 게 딱 하나 흠'이라고 하더라구요. 하하."

한 교수는 국내 피아니스트계의 산 증인이다. 1954년 12세 때 명문 줄리아드 음악원에 입학했고, 1965년 리벤트리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한국인 최초 국제대회 입상 기록을 세웠다. 이제는 심사위원장을 맡아 까마득한 후배들을 심사하고 있는 그에게 당시 우승 순간을 물었다.

"결선에 5명이 올랐지요. 준비된 곡을 다 치고 나니 '베토벤 소나타 악장 하나를 천천히 쳐보라'고 하더군요. 연주를 마치니 심사위원이던 레온 플라이셔(83·'왼손 연주자'로 유명한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내려와 웃으며 '땡큐 베리 마치'라고 말했죠. 그때 우승을 예감했습니다."

이 콩쿠르 우승 이후 한 교수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세계적 연주가로 명성을 쌓았다. 이번 대회 우승자도 훌륭한 연주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있지 않았다. "테크닉에 치중하기보다는 인간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LG와 함께 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준결선에는 허재원 씨 등 국내 참가자 4명, 게오르기 그로모프 씨(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참가자 8명 등 총 12명이 올랐다. 준결선은 20,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6명이 겨루는 결선은 23,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만5000~3만원. 02-361-1415~6

황인찬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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