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18>曰管仲은 以其君覇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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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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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혹자가 曾西를 管仲(관중)과 비교하자 증서가 ‘너는 어째서 나를 관중에게 견주는가?’라고 책망한 일을 들어, 자신이 관중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간접적으로 밝혔다. 그럼으로써 제자 公孫丑(공손추)가 자신에게 제나라 정치를 담당하면 관중과 晏子(안자)처럼 업적을 이룰 수 있겠느냐고 물은 데 대해 질책한 것이다. 관중은 제나라 환공의 신임을 얻어 국정을 專斷(전단)했고 국정을 맡아 본 것이 40여 년이나 되었지만, 仲尼(중니, 공자)의 무리인 曾西나 맹자의 관점에서 보면 관중의 功烈(공렬, 업적)은 覇術(패술)에 불과했다.

맹자의 시대는 부국강병을 통해 자국을 번영케 하는 (패,백)術(패술)이 선호되던 시대였으므로, 공손추는 증서나 맹자의 관점에 의문을 지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스승 맹자가 군주를 패자로 만든 관중이나 군주를 드러나게 한 안자처럼 될 것을 바라지 않는 이유를 맹자에게 되물었다.

以其君覇는 그 군주를 제후들 사이의 覇者(패자)가 되게 했다는 말이다. 이때의 覇는 동사이다. 以其君顯은 그 군주를 제후들 사이에서 드러나게 했다는 말로, 역시 군주를 패자가 되게 했다는 뜻이다. 한문에서는 같은 뜻을 지닌 동일한 글자를 피해 다른 글자를 사용하는 일이 종종 있다. 不足爲는 ‘바람으로 삼기에 부족하다’는 말이다. 與는 의문종결사이다. 以齊王은 제나라를 천하에 왕 노릇 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由反手의 由는 같을 猶(유)와 같고, 反手는 손바닥을 뒤집는 일이다. 무척 容易(용이)함을 비유한다.

맹자는 대국인 제나라가 왕도정치를 행한다면 천하의 王者로 되기가 무척 쉬우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제나라는 해상 교역 등으로 부강하기는 했지만 仁義의 정치를 행하지는 못했다. 정의의 이념 없이 국가 번영을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사실을 제나라의 예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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