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외국 고수들 “한국바둑 매운맛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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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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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을 배우러 오는 외국 젊은이들이 있다. 이스라엘 출신의 조나탄 리도어 씨 (오른쪽)와 독일 출신의 마크 란트그라프 씨(왼쪽)가 그들. 이들은 실력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가운데는 코세기 디아나 한국기원 초단.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한국 바둑을 배우러 오는 외국 젊은이들이 있다. 이스라엘 출신의 조나탄 리도어 씨 (오른쪽)와 독일 출신의 마크 란트그라프 씨(왼쪽)가 그들. 이들은 실력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가운데는 코세기 디아나 한국기원 초단.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 휴게실. BC카드배 16강전에서 맞붙은 ‘흑기사’ 김승준 9단과 중국 랭킹 1위 저우루이양 5단의 TV중계 대국을 놓고 무언의 응원전이 펼쳐졌다. 한쪽에서는 중국 측 단장인 황이중 9단이 혼자서, 다른 쪽에서는 벽안의 외국인들이 바둑돌을 놓아보며 김 9단을 응원했다.

한국에 바둑유학을 온 이스라엘 출신의 조나탄 리도어 씨(19)와 독일 출신의 마크 란트그라프 씨(24). 김 9단이 운영하는 ‘블랙키 바둑’ 도장에서 배우는 아마 고수들. 그 옆에서는 헝가리 출신으로 한국기원 프로초단인 코세기 디아나 사범(28)이 이들에게 여러 참고도를 놓아보며 설명하고 있었다.

바둑유학을 온 만큼 두 사람의 생활과 행동반경은 극히 제한돼 있다. 매일 오전 11시에 경기 군포시 산본의 ‘진석도장’에 나간다. 그곳에서 최신 기보를 놓거나 초등학교 강자들과 리그전을 펼치기도 한다. 디아나 사범과 김 9단이 바둑을 복기해준다. 귀가 시간은 오후 10시다. 토요일에도 오후 6시까지는 도장에 머문다.

리도어 씨가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해 4월. 일본 기원에서 8개월 정도 바둑을 배웠으나 실력이 늘지 않아 한국행을 택했다. 근 1년 동안 여러 곳을 전전하다 1월 말 김 9단의 외국인 바둑도장에 정착했다. 지난달 서봉수 9단과 바둑TV 대국에서 3점을 깔고 아깝게 졌을 정도의 실력파. 아마 5단의 실력. 바둑 불모지인 이스라엘에서 파일럿인 친구아버지 덕택에 14세 때 바둑을 처음 접했다. 디아나 사범은 그의 실력이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바둑을 업으로 삼을 것이냐는 질문에 “내년에 군에 입대할 때까지 1년 동안 바둑을 열심히 둬 실력을 키우고 싶다”며 “아직 젊으니까 바둑을 계속할지 다른 직업을 택할지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란트그라프 씨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모두 바둑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다. 그는 7월 유럽에서 열리는 바둑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목적으로 2주전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들처럼 장기적으로 바둑도장에서 돈을 내고 바둑을 배우는 이들도 있지만 방학 동안 단기 체류하면서 프로기사들이 운영하는 바둑도장에서 배우고 돌아가는 이들도 제법 있다.

또 명지대 바둑학과에 정식으로 유학을 온 학생도 많다. 디아나 초단이 그런 경우. 9세 때 아버지에게서 바둑을 배운 그는 15세 때 헝가리 최고 실력자와 겨룰 정도의 실력이 됐다. 이후 일본에서 바둑을 배우다 바둑학과에 입학해 바둑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2008년 한국기원에서 특별입단 케이스로 초단이 됐다.

이 학과에서 배출한 외국인 유학생은 7명. 현재 7, 8명이 배우고 있다.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헝가리 세르비아 브라질 싱가포르 태국 등 출신도 다양하다.

정수현 교수(9단)는 “한국이 바둑강국이 되면서 바둑학과를 찾는 외국인도 늘고는 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국가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라도 외국인 장학금을 늘리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양섭전문 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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